‘김현승 詩 문학상’ 손광은 시인
2023년 10월 19일(목) 19:20
60년 창작활동…독창적 詩세계 구축
“스승의 이름 딴 문학상 받아 뜻 깊어”
제 1회 김현승 시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손광은 시인은 “스승이고 존경하는 김현승 시인의 이름을 딴 시 문학상을 받게 돼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고 큰딸 지형씨를 통해 소감을 전했다. 현재 손 시인은 대전에서 딸과 함께 거주하고 있다.

아버지를 대신해 상을 받은 지형 씨는 “술 좋아하시고 친구 좋아하시고 풍류를 좋아하신 아버지는 천상 시인”이라며 “건강상 몸이 불편해서 시상식장에 오시지 못했지만 마음만큼은 이곳에 와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에서 치과의사를 하고 있는 지형 씨는 “수상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하셨지만 안타깝게 몸이 허락하지 않아 이곳에 오실 수 없었다”며 “젊었을 때부터 아버지는 ‘김현승 시인이 자신을 현대문학에 추천해 시인이 될 수 있었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젊은 시절의 아버지는 시 쓰는 문우들을 비롯해 문학인들과 많은 교류를 하셨고 정이 많으셔서 뭐든지 퍼 주는 스타일이었다”고 말했다.

손 시인이 걸어온 길은 곧 ‘삶의 길’이었다. 그의 시작(詩作)은 감성을 토대로 현실의 삶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탐색 작업이었다. 삶의 흐름 가운데에서 시대적 정수를 찾거나 인간 영혼의 보편적 감성을 초점화하기도 했다.

1962년 ‘현대문학’에 김현승 시인의 추천으로 문단에 나온 이후 그는 문학을 연구하는 학자로, 시를 쓰는 문인으로 남도 문학의 밭을 일구는 역할을 해왔다.

보성군 노동면 금호리 생가에는 손 시인의 대표 작품을 새긴 시비가 세워져 있다. 음각된 작품은 ‘보리打作’. 60년대와 70년대 사회 일각에서 행해졌던 부정축재자 색출을 ‘반어적’으로 꼬집는 작품으로 당시에 큰 주목을 받았다.

평단은 손 시인에 대해 향토적, 토속적 가락을 토대로 정갈한 시를 써온 남도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평가한다.

때로는 민중의 삶과 숨결을 마당굿처럼, 때로는 판소리처럼 살아 약동하는 가락으로 형상화했다. ‘민속시’로 문학을 집대성한 최초의 민속시인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손 시인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시를 조금씩이라도 쓰고 있다고 한다. 현재까지 10권의 시집이 나왔다. 지난해 10권째 시집을 낸 이후 건강이 조금 안 좋았다고 한다.

지형 씨는 “아버지께서는 예전에 함께 활동하고 교류했던 문인들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신다”며 “빨리 건강을 회복해 예전처럼 좋은 시를 쓰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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