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색화 대가’ 박서보 화백 별세
2023년 10월 14일(토) 15:48
‘묘법’ 연작 등으로 한국 추상미술 발전에 큰 기여
'광주비엔날레 박서보예술상' 제정 후 폐지되기도

‘단색화 거장’ 박서보 화백은 ‘연필 묘법’ 등을 통해 자신의 독창적인 화업을 펼쳐왔다. 지난 2022년 광주일보와 인터뷰 당시 모습.

‘단색화 대가’ 박서보(본명 박재홍) 화백이 14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기지재단 이유진 상임이사는 이날 “박 화백이 오늘 오전 별세하셨다”고 밝혔다.

193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난 박 화백은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특히 그는 무수히 많은 선을 긋는 ‘묘법’ 연작으로 ‘단색화 대표 화가’로 불리며 한국 현대 추상미술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박 화백은 지난 2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사실을 지난 SNS에 공개한 바 있다. 당시 “평생 담배를 물고 살았다. 그러다 심근경색으로 쓰러지고서야 끊었다”며 “내 나이 아흔둘, 당장 죽어도 장수했다는 소리를 들을텐데 (지금의 시간을) 선물처럼 주어진 시간이라 생각한다”고 적었다.

박 화백은 1962∼1997년 모교인 홍익대에서 후학을 양성했으며 홍익대 미대 학장(1986∼1990)과 한국미술협회 이사장(1977∼1980) 등을 지냈다. 또한 국내외에서 수많은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미국 뉴욕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을 비롯해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일본 도쿄도 현대미술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이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박 화백은 지난 2022년 광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예술가는 남과 달라야 한다. 선생도, 친구도 닮으면 안 되고 역사에도 빚지면 안 된다” 고 강조한 바 있다. 그만큼 고인은 수행(修行)하듯 자기 세계를 천착했고, 단색화 ‘묘법’(描法·Ecriture) 연작의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한편 올해 개최된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서 박서보 화백의 이름을 딴 ‘광주비엔날레 박서보 예술상’이 제정돼 화제가 됐다. 하지만 ‘지역 예술계와 시민모임’등 시민단체가 ‘광주 정신과 맞지 않는다’ 등의 이유로 박서보 예술상에 대한 폐지를 주장, 안타깝게도 제1회 시상을 계기로 예술상이 폐지된 바 있다.

아흔을 넘어서도 창작활동을 지속했던 고인은 올해 2월 페이스북을 통해 폐암 3기 진단 사실을 밝히면서도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며 작업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고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제주도에 건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부인 윤명숙씨를 비롯해 2남 1녀가 있으며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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