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현 교수 등 저자 6명 ‘남도문학기행’ 공동집필
2023년 10월 10일(화) 20:40
“남도 문학은 풍류·저항정신의 산물”
문학정신 발현된 명소들 한권에
시대·지역별 대표 문인 정리 눈길

호남 시단을 일군 사촌 김윤제의 문학 정신이 깃든 환벽당. <심미안 제공>

“남도의 전통적인 문학정신은 풍류정신과 저항정신이라 볼 수 있어요. 혹자들은 지역에서 자생하는 ‘대(竹)’에 비유해 설명하기도 합니다. 대나무가 태평세월에는 피리로 쓰이지만 국난의 때에는 죽창이 되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대나무의 정신은 후한 인심은 물론이고 불의를 보면 못 참는 남도인의 기질과도 연결된다 할 수 있습니다.”

호남지방문헌연구소장인 김대현 전남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말이다. 또한 김 교수는 “그러한 남도의 정신은 판소리와 창, 민요, 무가 등으로 대변되는 남도 풍류 가락의 전통과 광주학생운동, 여순항쟁, 5·18광주민주화운동으로 집약되는 저항운동이 명징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남도 문학정신이 깃든 현장을 소개한 기행서가 발간됐다.

김대현 교수 등 6명이 저자가 공동집필한 ‘남도문학기행’(심미안)은 예향, 의향, 문향이라 불리는 남도의 문학정신을 문학 현장과 연계한 책이다.

저자는 김대현 교수 외에도 임형 전 고려고 교사, 이현주 호남지방문헌연구소 연구위원, 김선태 목포대 국어국문과 교수(시인), 이대흠 시인, 김수형 시인 등이 참여했다. 앞쪽 3명은 고전문학 전공자들이며 뒤쪽 3명은 현대문학 전공자들이다.

이들 저자들은 모두 ‘남도’(南道)라는 말에 하나의 마음을 모았다. 남도는 단순히 전남 지역의 명칭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김대현 교수에 따르면 “전남이라 하지 않고 굳이 남도라고 부르는 것은 이 말이 지닌 문화적 속성 때문”이라며 “예향, 의향, 문향이라 불리는 남도의 문학정신이 현현된 명소들을 한 권의 책에 담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며 발간 배경을 설명했다.

고전문학 쪽에서 대표문인 20명을 선정하고, 현대문학 쪽에서 16명을 선정해 집필이 이뤄졌다.

고전문학 분야에는 임란 의병장 제봉 고경명과 포충사, 호남의 대유학자 고봉 기대승과 월봉서원, 호남시단을 일군 사촌 김윤제와 환벽당, 백운동 원림과 이담로, 조선 최고의 실학자 정약용과 다산초당, 승보사찰 송광사와 불교문학, 풍자시인 김삿갓과 남도의 유적지 등이 포함됐다.

김대현 교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로 호남 시단을 일군 사촌 김윤제의 흔적이 남아 있는 환벽당을 꼽았다.

“김윤제는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광주로 돌아와 환벽당을 짓고 만년을 보냈습니다. 이곳에 은거하면서 후인의 교육에 전념해 정철, 김성원, 김덕홍, 김덕령 등을 가르치고 당시 호남의 명사들과 시단을 형성했어요.”

현대문학 분야에는 한국근대극의 선구자 김우진과 성취원을 비롯해 남도서정의 김영랑과 영랑생가, 한국 여성소설의 대모 박화성과 목포청년회관, 한국 최고의 지적 작가 이청준과 선학동, 천재 소설가 김승옥과 대대포, 탁월한 평론가이자 번역가 황현산과 비금도, 혁명시인 김남주와 생가 등이 소개돼 있다.

김선태 교수는 영랑생가에서 맑고 섬세한 남도 서정을 읽어낸다. 김 교수는 “김영랑은 남도 현대시문학의 진정한 출발점”이라며 “한국전통서정시사에서 김소월과 쌍벽을 이루는 존재로 ‘북에는 소월, 남에는 영랑’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한편 책은 시대별, 지역별로 대표 문인들을 나눠 정리한 점이 눈에 띈다. 또한 각 장에 시작되는 부분에 남도 지도를 넣어 해당 문인들이 어느 지역에서 활동했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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