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출 반토막…광주·전남 수출기업 ‘시름’
2023년 08월 13일(일) 18:15
지난해 광주 1억8800만 달러 수출…전년 대비 51.5% 급감
올 4월 규제 품목 57개서 798개로 늘어
대책 마련 못한 지역 기업 상당수…“정책적 관심 필요”

한국무역협회 광주전남지역본부는 러시아·벨라루스 수출 제재에 대한 이해가 낮은 지역 기업들을 위해 지난 11일 전략물자관리원과 ‘러·벨 수출제재 현황 및 대응 전문가 초청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무역협회 광주전남지역본부 제공>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이어지면서 광주·전남지역 수출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한 수출 규제 품목이 늘어난 데다, 수출 제재로 거래가 끊기고 자금난에 시달리는 지역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진다는 점에서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무역협회 광주전남지역본부가 최근 발간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수출 제재 현황 및 광주·전남 기업의 영향’ 자료를 보면 광주에서 러시아로의 수출은 지난해 1억88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무려 51.5%나 감소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기준 광주지역 수출의 10.5% 상당을 차지하는 13위 수출대상국이다.

주요 수출 품목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으로 러시아로의 수출금액 비중이 각 30.7% 수준에 달한다.

하지만 지난해 러-우 전쟁에 따른 수출 악화로 자동차 수출은 전년 대비 63.2% 감소한 5750만 달러에 머물렀고, 자동차부품 수출 역시 65.2% 감소한 5760만 달러를 기록했다.

전남은 러시아로의 수출이 전체 수출의 0.8% 수준으로 비중은 크지 않지만, 지난해 수출이 3억8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3.3% 감소하는 등 역시 전쟁으로 인한 수출 피해를 면치 못했다.

문제는 올 4월 24일 산업통산자원부가 고시를 통해 러시아·벨라루스 수출통제 품목을 확대하면서 지역 수출기업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산업부는 기존 수출통제 품목을 기존 전자, 조선 등 57개 품목에서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반도체·양자컴퓨터 및 부품 등 741개를 추가, 총 798개로 늘렸다.

광주가 러시아로 수출하는 최대 품목인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이 포함되면서 지역 수출에 타격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도 지역 수출기업들은 수출 제대에 따른 어려움에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며, 제대 자체에 대한 이해가 적어 조치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역협회가 올 5~6월 지역 내 러시아 수출 기업 5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수출 제재에 따른 주요 애로’로 ‘기존 거래선의 중국 등지 이탈’(40.8%), ‘수출 중단에 따른 자금 애로’(24.5%), ‘기존 거래분의 대금결제 및 회수 리스크’(12.2%) 등을 꼽은 기업이 많았다.

대응 방법으로 ‘타국으로 수출 시장 다변화’(38.8%), ‘러시아 우회 수출 방법 탐색’(14.3%)를 답한 기업이 있었지만, 32.7%에 이르는 기업들은 ‘별다른 대책이 없다’라고 답했다. 10곳 중 3곳 이상이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어려움만 호소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응답 기업의 28%는 ‘러시아·벨라루스 수출 제재 자체에 대한 이해가 적어 관련 안내를 원한다’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응답 기업은 애로 해소를 위해 정부·지자체에 희망하는 지원으로 ‘러시아 수출 제재 현황 및 관련 전문가 컨설팅’(36.7%), ‘대금 결제 리스크 해소를 위한 무역보험 지원’(32.7%), ‘대체 시장 확보를 위한 수출 마케팅 지원’(28.6%)을 꼽았다.

지역의 한 러시아 전문 수출기업 관계자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 중 러시아 수출 분이 0.9%에 불과할 정도로 적지만, 러시아 수출에 의존도가 높은 기업도 상당수 있다”며 “수출 제재 조치는 우리 기업들의 생존과 직결돼 있으나, 실효성 있는 정부 지원은 부족하다”라고 호소했다.

실제 조사에 응답한 광주·전남 기업 50개사 중 러시아 수출액 비중이 40~100%에 달하는 기업은 4곳(8%)으로 조사됐다. 10~40%인 기업도 7곳(14%)으로, 0~10%는 39곳(78%)이었다.

국제무역학 박사인 진형석 한국무역협회 팀장은 “러-우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러시아의 원자재 공급 통제 강화, 우크라이나산 곡물 공급 제한 등 우리 기업 제조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러시아 수출 비중이 높은 중단 기업을 대상으로 수출선 다변화를 위한 마케팅과 무역금융, 물류비 등 수출지원 집중을 통해 ‘런웨이’(생존 가능 시간)를 늘릴 수 있도록 정책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