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일보 100년
2023년 03월 20일(월) 01:00
“우리는 한 줄의 진실을 찾아 사흘을 걷고 사흘 밤을 새웠다” 광산구 월곡 고려인문화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에서 마주하는 문구다. 문화관이 개관 2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고려일보 창간 100주년 기획전’은 조국의 독립과 우리말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10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담아낸 전시는 오래 품은 뜻만큼이나 의미가 깊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1923년 3월 1일 블라디보스크에서 ‘삼월일일’이라는 신문이 발간됐다. 3·1운동 제4주년을 기념해 발행된 신문은 제호가 말해주듯 3·1정신을 오롯이 계승했다. 그렇게 이역만리 유형의 땅에서 독립을 학수고대하던 고려인들은 신문 창간을 계기로 독립운동의 횃불을 치켜들었다.

창간호에 게재된 ‘삼일운동략사’와 ‘독립선언서’는 3·1운동의 전개 과정을 소상히 소개하고 있다. 특히 1919년 만세운동에 나섰다 일본 경찰의 칼에 팔이 잘린 한 여학생의 기록은 당시 광주 수피아여학교 학생인 윤형숙으로 추정된다. 왼팔을 잃는 고통 속에서도 오른손에 태극기를 쥐고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던 비분강개가 기사를 통해 고스란히 전해온다.

고려인들이 만든 ‘삼월일일’은 이후 ‘선봉’으로 바뀌고 1938년에는 ‘레닌기치’로 변경된다. 강제 이주와 탄압이라는 부침을 딛고 1991년에는 ‘고려일보’로 제호를 바꾼다. 소련 붕괴 여파와 경영상 어려움으로 폐간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고려인들은 모국어 신문이라는 정체성과 자부심을 잃지 않았다. 특히 우리말과 글로 된 작품을 꾸준히 게재해 한글 문학의 꽃을 피운 것은 큰 결실 가운데 하나다.

얼마 전 역사 문화 탐방의 일환으로 카자흐스탄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들이 있다. 고려일보도 둘러봤다는 광산구 늘푸른작은도서관 이순옥 관장의 말이 오래도록 귓가에 남는다. “130여 민족 중 아홉 번째인 고려인들이 모국어 신문을 100년이나 지켜오고 있다는 사실에 존경과 감사를 올리고 싶다. 스탈린과 소련 정부는 중앙아시아 황무지에 고려인들을 버렸다. 그 혹독한 추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분투했을 고려인들의 삶을 생각하자 눈물이 났다.”

/박성천 여론매체부 부국장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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