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오부치 선언’ -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2023년 03월 08일(수) 03:00
광복 78년이 됐지만 한일 관계는 여전히 과거를 확실하게 청산하지 못했다. 과거 청산을 위해서는 가해자의 진정한 사과와 적절한 배상, 그리고 피해자의 동의라는 3대 요건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양국 간에는 그동안 세 차례 의미 있는 담화와 선언이 있었다. 일본군이 위안부 동원 과정에 개입해 강제력을 행사했다고 공식 인정한 1993년의 ‘고노 담화’가 첫 번째이고, 1995년 ‘무라야마 담화’가 두 번째다.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이 총리 명의로 식민 지배를 사과한 최초의 성명이었지만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는 아니었다.

하지만 1998년 10월 발표한 ‘김대중-오부치 선언’은 양국 정부가 합의한 공동선언이란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이란 공식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를 직시하고 미래를 지향해 나가자’는 취지였다. 11개 항목의 ‘공동선언’과 43개 항목의 ‘행동 계획’이 담겼다. 특히 공동선언 2항엔 오부치 총리의 ‘식민 통치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가 명기됐다. 이전의 담화 형식이 아닌 공식 문서를 통해 한국을 지칭해 직접 사과했다는 점에서 이후 한일 관계의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21년 11월 11일 목포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을 찾은 뒤 SNS을 통해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해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8·15 경축사에선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공동선언을 계승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해법으로 ‘제3자 변제’ 방안을 발표해 파장이 일고 있다. 한국 대법원의 판결도 무시하고 일본 전범 기업의 기금이 아닌 국내 기업들의 돈을 모아 피해자들에게 대신 주겠다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동냥 같은 돈은 받지 않겠다”고 했겠는가. 윤 대통령은 올해 3·1절 기념사에서도 일본의 사과나 반성을 요구하지 않았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과거사 청산을 위한 3대 요건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장필수 사회담당 편집국장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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