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 유리한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손봐야
2022년 09월 22일(목) 00:05
지난해 광주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 현장에서 건물 붕괴로 시민 아홉 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시공능력평가에서 재해율 관련 감액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에 유리한 평가 방식 덕분에 별다른 제재 없이 지난해와 비슷한 순위를 유지한 것이다.

조오섭 국회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공시된 ‘2022년도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9위에서 올해는 10위로 한 계단만 하락했다.

지난해 대형 사고에도 불구하고 HDC현대산업개발의 순위에 큰 변동이 없는 것은 재해율 관련 감액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공능력평가에서는 평균 재해율이 1배 이상 2배 이내의 경우 최근 3년간 공사 실적 연차별 가중평균액의 3%, 2배를 초과한 경우 5%에 해당하는 금액을 빼도록 하고 있다. 한데 현행 규정상 사망 사고로 인한 감액은 ‘근로자’에만 적용하고 있어 다수의 ‘시민’만 사망한 학동 4구역 붕괴 사고는 감액 요인이 되지 않은 것이다.

더욱이 사망자 감액 규정도 근로자가 많은 대기업에 유리하게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고 사망 비율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사망자 수를 상시 근로자 수로 나눠 계산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많은 대기업은 중소업체의 산업재해 발생률보다 낮게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시공능력평가는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사업자를 선정할 수 있도록 공사 실적과 경영 상태, 기술 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 평가해 공시하는 제도로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의 대표적인 기준으로 활용된다. 하지만 대형 공사를 주로 하는 대기업에 유리하게 적용되는 현행 평가 방식으로는 중대 재해를 줄이거나 건설 현장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때마침 국토교통부가 시공능력평가 기준 개편에 착수했다고 하니 이러한 맹점들부터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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