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에 담다-김효정 지음
2022년 09월 17일(토) 12:00 가가
범박하게 말한다면 모든 창작은 여백 속에서 탄생한다. 그것은 물리적인 여백일 수도 있고 심리적인 혹은 상상적인 여백일 수도 있다. 여백은 ‘아무 것도 없이 비어 있음’을 뜻한다.
일상에 지치고 속도에 치인 현대인들은 한결같이 여백을 추구한다. 잠시 쉴 수 있는, 아니 숨을 쉴 수 있는 자신만의 비어 있는 여백을 그리워한다.
김효정 시인의 시집 ‘여백에 담다’는 바쁘게만 질주하는 많은 이들에게 잠시 멈춰 서서 빈 공간, 빈 시간을 바라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이번 작품집은 광주 출신으로 제4회 동서커피문학상과 제16회 사계 김장생 신인문학상 대상으로 등단한 시인의 첫 시집이다.
시인은 ‘녹슨 추억’, ‘구멍 난 기억’이라는 말로 시간의 여백에 대한 소회를 말한다. ‘만져도 보고 담아도 보는’ 것은 여백을 실체적으로 접근해보자는 의미다.
“5일 장이 열리는 날이면/ 모란역 5번 출구는 진땀이 흐른다// 영역대로 철심을 박고 줄을 묶은 천막들이, 이마를 맞대고 서로를 기웃거린다 언니, 오빠를 부르며 끌어당기는 손길들, 몇 마디 주고 받는 인사와 말투에서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눈빛에서도 정이 묻어난다…”
5일장의 풍경을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은 푸근하면서도 따스하다. 대규모 상품이 진열된 마트와 세련된 쇼핑몰의 풍경과는 전적으로 다른 모습이다. “속도를 벗어버린 사람들이 마주친 추억을 펼쳐놓은” 모습은 오래 전 익숙한 70~80년대의 풍경을 환기한다. 작품은 무한경쟁에 매몰돼 잠시의 여백도 잃어버린 채 무한질주에 내몰리는 이들을 향해 던지는 위안으로 수렴된다. 한편 김효정 시인은 제2회 수주문학상 우수상, 제5회 매일시니어문학상 시부문을 수상했다.
<시산맥·1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일상에 지치고 속도에 치인 현대인들은 한결같이 여백을 추구한다. 잠시 쉴 수 있는, 아니 숨을 쉴 수 있는 자신만의 비어 있는 여백을 그리워한다.
시인은 ‘녹슨 추억’, ‘구멍 난 기억’이라는 말로 시간의 여백에 대한 소회를 말한다. ‘만져도 보고 담아도 보는’ 것은 여백을 실체적으로 접근해보자는 의미다.
<시산맥·1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