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문해력-송기동 예향부장
2022년 08월 23일(화) 01:00
신라 22대 지증왕(437~514)은 왕권을 강화하며 이전에 ‘이사금’(尼師今) ‘마립간’(麻立干)으로 부르던 최고 지도자 명칭을 중국식인 왕(王)으로 바꾼다. 또 사라(斯羅)·사로·신라(新羅) 등으로 다양하게 사용되던 국호를 신라로 확정했다.

이를 철학자 윤구병은 ‘내 생애 첫 우리말’에서 “(6세기 한자가 이 땅에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기) 그 전에는 표현 수단으로서만 쓰이던 것들이 이제 주인 행세를 하게 된 거지. 이사금을 왕으로 쓰고 부르는 게 더 편하니까 왕으로 바꾼다든지 하는 식으로 한자말들이 뿌리를 내리기 시작하면서 우리말이 사라지기 시작해”라고 분석한다.

게다가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에 일본식 한자가 우리들의 언어 생활에 침투했다. 최근에는 한문 교육 축소와 한글 전용 정책 등이 이뤄졌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에 따라 한자 병기 없이 한글로만 표기하면서 여러 오해가 생겨나곤 했다.

최근 빚어진‘심심한 사과’라는 표현을 둘러싼 논란이 대표적이다. 한 콘텐츠 전문 카페가 웹툰 작가 사인회 예약 오류를 사과하는 공지를 하면서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립니다”라고 표현했다. 이에 대해 SNS 이용자들이 ‘심심해서 사과한다는 뜻임?’과 같은 댓글을 달면서 문해력 논란으로 번졌다. ‘마음의 표현 정도가 매우 깊고 간절하다’는 의미의 ‘심심(甚深)하다’를 ‘하는 일이 없어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로 해석하면서 발생한 해프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전 세대에 걸쳐 디지털 문해력을 높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들도 체계적으로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故) 이어령 교수는 ‘거시기머시기’에서 6살 때 천자문 ‘천지현황’(天地玄黃)을 배우던 시기의 일화를 들려준다. 그는 “내 눈에는 하늘이 파랑게 보이는데 왜 서당에서는 까맣다고 가르치나요?” 궁금해 했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여러분이 자기 머리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세계는 빛나고 누구나 자기 인생을 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요즘 온라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문해력 논란을 통해 한자 교육 강화와 함께 진지하게 우리말 뿌리를 찾아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song@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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