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명칭 논란-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2년 08월 19일(금) 00:30 가가
어떤 사물이나 특정 현상에 대한 이름이 붙여질 때는 대부분 그것의 특징이나 발현 장소, 발견자 또는 발명자의 이름에서 따오는 것이 상례이다.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이름으로 명명되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질병에 관한 명칭은 자칫 편견이나 혐오를 부추겨 논란이 일기도 한다.
질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질병명이 부정적인 특성을 함축한 단어로 명명될 경우 환자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질병명을 변경하는 것은 실제 부정적 인식과 편견을 없애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과거 문둥병으로 불렸던 나병은 질병 균 발견자의 이름을 따 ‘한센병’으로 바뀌었고, 지랄병으로 불렸던 간질이 ‘뇌전증’으로 개명된 것이 대표적 사례이다.
사회적 낙인 성격이 가장 강한 용어로 지적됐던 ‘정신분열병’은 10여 년 전 ‘조현병’으로 변경됐다. 조현병은 ‘현악기의 줄을 조율한다’는 사전적 의미에서 따온 것으로, 정상적으로 현악기가 조율되지 못했을 때의 모습이 환자의 상태를 보는 것과 같다는 데서 비롯됐다. 전문가 여론 수렴을 거쳐 대한의사협회의가 결정한 용어다. 한자로 ‘어리석고 미련하다’는 뜻의 치매에 대한 개명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질병의 명칭과 관련한 논란은 세계적인 관심사이기도 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발생 초기 ‘중국 바이러스’나 ‘우한 바이러스’로 불렸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런 이름이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코로나19라는 공식 명칭을 만들었다.
최근 WHO는 특정 집단이나 지역에 차별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원숭이 두창의 개명을 추진하고 있다. 원숭이 두창은 1958년 실험실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돼 붙여졌지만, 아직 감염원은 밝혀지지 않았다. 실제로 최근 남미 국가에선 돌이나 독극물을 이용해 원숭이를 공격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달 들어 브라질 상파울루 일대에서만 열 마리의 원숭이가 사람으로부터 공격을 받아 사망하거나 다쳤다. 원숭이 두창은 사람 간 전파로 원숭이와 무관한데도 질병 명칭에 따른 오해로 원숭이에 대한 공격이 늘고 있는 것이다.
/chae@kwangju.co.kr
사회적 낙인 성격이 가장 강한 용어로 지적됐던 ‘정신분열병’은 10여 년 전 ‘조현병’으로 변경됐다. 조현병은 ‘현악기의 줄을 조율한다’는 사전적 의미에서 따온 것으로, 정상적으로 현악기가 조율되지 못했을 때의 모습이 환자의 상태를 보는 것과 같다는 데서 비롯됐다. 전문가 여론 수렴을 거쳐 대한의사협회의가 결정한 용어다. 한자로 ‘어리석고 미련하다’는 뜻의 치매에 대한 개명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