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호선 기약 없는데 트램 꺼낸 광주시
2022년 07월 21일(목) 00:05
광주시가 지역 현안인 복합쇼핑몰 유치와 연계해 트램(노면 전차) 건설을 들고 나오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이 사업비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교통 인프라를 공론화 과정도 없이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엊그제 열린 국민의힘과의 호남권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인 복합쇼핑몰 유치를 국가 지원형으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트램·도로 등 교통 연결망 구축에 6000억 원, 생산자·소상공인·소비자가 선순환하는 디지털 기반 광역통합유통센터 3000억 원 등 총 9000억 원의 국비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트램은 처음 듣는 얘기”이고 복합쇼핑몰은 민간이 투자하는 게 원칙이라며 사실상 난색을 표명했다. 지역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대기업 복합쇼핑몰 유치 광주시민회의’는 성명을 통해 “뜬금없이 타당성 논란이 생길 수밖에 없는 트램 설치를 연결해 국비 지원을 요구하니 황당하다”며 “(차라리) 도시철도 2호선 조기 완공을 위해 정부와 대차게 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의 지적처럼 현재 공사 중인 도시철도 2호선은 설계 변경과 예산난으로 완공 시기를 장담할 수 없는 실정이다. 광주시는 최근 1단계는 계획보다 3년 지연된 2026년, 2단계는 5년 지체된 2029년에나 개통 가능하고 3단계는 공사 추진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강 시장은 당선인 시절부터 전방·일신방직 개발과 연계해 기아챔피언스필드와 종합버스터미널을 연결하는 ‘수소 트램’ 설치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트램은 도심 도로가 좁아 교통 혼잡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한 차례 검토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물론 대통령 공약과 연계하여 부족한 인프라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려는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중대 사업을 단 한 차례의 시민 협의 과정도 없이 일방통행으로 추진하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부를 뿐이다. 광주시는 트램이 꼭 필요하다고 여긴다면 시민 공론화부터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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