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길을 걷다-이봉수 현대계획연구소 소장
2022년 02월 07일(월) 05:00 가가
한 해를 열고 봄을 알리는 절기의 시작인 입춘이 엊그제였다. 이제 동계올림픽도 막이 올랐다. 코로나 시국에서 연속되는 안타까운 참사로 지치고 우울한 마음을 벗어 던지고 새 희망을 가져 본다. 다시 새로운 시작이다.
우리는 ‘살기 좋은 도시’ 따위의 슬로건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살기 좋은 도시란 무엇일까? 세계의 살기 좋은 도시로 뽑힌 빈이나 멜버른·시드니·오사카·벤쿠버 등은 정치적 사회적 안정성 및 범죄·교육·의료서비스·문화환경·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 지역적 특성인 친자연적 요소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모두 자연환경이 특별한 도시들이기 때문이다.
도시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은 복잡함과 삭막함이 뒤섞인 공간, 끊임없이 개발이 이루어져 공사가 쉼 없이 이어지는 곳, 그것이 바로 우리가 늘 생각하는 이미지일지 모른다. 그렇기에 언젠가는 도시를 떠나 전원생활을 하리라 꿈꾸고, 대리만족을 얻기 위해 도심 속의 자연을 찾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도시의 편리함을 포기하지 않고도 전원생활을 향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단순히 생활하는 것이 아닌 삶을 누릴 수 있는 도시, 여유와 인간미가 넘쳐흐르는 도시가 있다면?
그럼 이런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일까? 작년부터 필자는 건강의 이상 신호 때문에 걷기를 시작했다. 과거에도 운동의 양이 많지는 않았지만 주변의 풍암 저수지나 중앙공원에서 산책을 하곤 했었는데, 최근에는 사무실이 있는 동구와 남구 백운동 주변의 푸른길 공원을 걷고 있다. 오랜만에 푸른길을 걷다 보니 이 길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가 생각난다.
도심 환경 변화와 함께 2000년 경전선 노선이 송정역에서 서광주역으로 변경되면서 광주역에서 남광주역을 거쳐 효천역으로 가는 구간이 폐선되고 이의 활용 방안이 논의되었다. 트램과 같은 경전철을 도입해서 상습 정체 구간이었던 대남로의 교통 부담을 줄여 보자는 측과 나무를 심어 녹지공간으로 조성하자는 측의 공방이 있었다. 결국 공원으로 결정되고 2012년 전 구간이 완성된 후 행정이 아닌 시민 주체의 관리를 위해 사단법인 푸른길이라는 시민단체가 조직되면서 시민들의 협조로 푸른길을 만들고 가꾸고 있다.
필자도 서방사거리 인근에 가족의 이름이 들어간 나무를 심었던 기억이 있다. 푸른길을 걸어 보면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음을 알게 된다. 운동을 위해 나온 사람들, 목적지를 향해 바삐 걷는 사람들, 점심시간 짬을 내 산책을 하거나 퇴근 후 집을 향해 걷는 사람 등 참으로 다양하다. 푸른길은 단순히 폐선 부지에 만들어진 선형의 보행로가 아니다. 백운광장 쪽에는 실개천이 만들어져 있어 친수공간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고, 조그마한 공연장과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놓였다. 그리고 이곳이 철로였다는 것을 나타내는 조형물도 있다.
이곳은 다양한 활동과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민과 행정이 힘을 합쳐 만들어 놓은 광주만의 자랑이다. 전국에서 이렇게 도심을 관통하는 선형공원은 광주가 유일할 것이다. 서울과 같은 타 도시에서도 푸른길 공원을 배우고자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푸른길을 자주 걷다 보니 옛날에는 몰라서 관심이 없던 주변에 있는 상점과 의미 있는 공간들 그리고 인근 골목길에 숨겨져 있는 맛있는 식당들을 알아 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차를 타지 않고 걸으면서 보게 되는 시선의 차이를 요즘 들어 확실하게 느낀다. 도심에서 이렇게 한가롭게 빽빽한 나무들 사이를 걸으면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힐링을 할 수 있다니! 정말 시민들을 위해서는 거창한 도시계획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 푸른길 공원을 처음 만들어 냈던 시민들의 마음으로 더 많은 푸른길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시민을 위하는 길인 것 같다.
따라서 광주시가 추진 중인 동계천 복원 또는 도심 내 아파트 단지 조경 공간의 산책로 연결을 도시적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푸른길 공원의 확장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렇게 해서 보행로나 공원과 광주의 명소들을 연결하는 보행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보다 살기 좋은 도시로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지 않겠는가.
이제 시민들이 편하게 걷고 쉬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원칙을 정해 놓고 이를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앞으로 살고 싶은 광주, 매력적인 광주를 만들어 나가려면 지속 가능한 실천이 전제되어야 함은 두 말할 나위 없다.
우리는 ‘살기 좋은 도시’ 따위의 슬로건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살기 좋은 도시란 무엇일까? 세계의 살기 좋은 도시로 뽑힌 빈이나 멜버른·시드니·오사카·벤쿠버 등은 정치적 사회적 안정성 및 범죄·교육·의료서비스·문화환경·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 지역적 특성인 친자연적 요소들이 살기 좋은 도시를 평가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모두 자연환경이 특별한 도시들이기 때문이다.
필자도 서방사거리 인근에 가족의 이름이 들어간 나무를 심었던 기억이 있다. 푸른길을 걸어 보면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음을 알게 된다. 운동을 위해 나온 사람들, 목적지를 향해 바삐 걷는 사람들, 점심시간 짬을 내 산책을 하거나 퇴근 후 집을 향해 걷는 사람 등 참으로 다양하다. 푸른길은 단순히 폐선 부지에 만들어진 선형의 보행로가 아니다. 백운광장 쪽에는 실개천이 만들어져 있어 친수공간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고, 조그마한 공연장과 쉬어갈 수 있는 벤치도 놓였다. 그리고 이곳이 철로였다는 것을 나타내는 조형물도 있다.
이곳은 다양한 활동과 교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시민과 행정이 힘을 합쳐 만들어 놓은 광주만의 자랑이다. 전국에서 이렇게 도심을 관통하는 선형공원은 광주가 유일할 것이다. 서울과 같은 타 도시에서도 푸른길 공원을 배우고자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푸른길을 자주 걷다 보니 옛날에는 몰라서 관심이 없던 주변에 있는 상점과 의미 있는 공간들 그리고 인근 골목길에 숨겨져 있는 맛있는 식당들을 알아 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차를 타지 않고 걸으면서 보게 되는 시선의 차이를 요즘 들어 확실하게 느낀다. 도심에서 이렇게 한가롭게 빽빽한 나무들 사이를 걸으면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힐링을 할 수 있다니! 정말 시민들을 위해서는 거창한 도시계획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한다. 푸른길 공원을 처음 만들어 냈던 시민들의 마음으로 더 많은 푸른길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시민을 위하는 길인 것 같다.
따라서 광주시가 추진 중인 동계천 복원 또는 도심 내 아파트 단지 조경 공간의 산책로 연결을 도시적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푸른길 공원의 확장을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렇게 해서 보행로나 공원과 광주의 명소들을 연결하는 보행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보다 살기 좋은 도시로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지 않겠는가.
이제 시민들이 편하게 걷고 쉬고 교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원칙을 정해 놓고 이를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물론 앞으로 살고 싶은 광주, 매력적인 광주를 만들어 나가려면 지속 가능한 실천이 전제되어야 함은 두 말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