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태보다 위험한 ‘땅밀림 현상’ 지난해 전남 837건 감지
2025년 10월 20일(월) 19:50
위험 경고 전국 28%…심각 106건
원격감시 시스템 전국 43곳 운영
예측 정확도 높이고 대피체계 구축

땅밀림 무인 원격감시시스템. <산림청 제공>

땅 전체가 주저앉는 땅밀림 현상이 지난해 전남에서만 837건 감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더불어민주당 임미애(비례대표) 의원이 한국치산기술협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12월 8개월간 전남지역 땅밀림 무인원격감시 기기 4곳에서 관측된 땅밀림 위험 경고는 837건으로, 전국(2984건)의 28% 비중을 차지했다. 전남 4개 군에서만 하루 3건의 땅밀림 경고음이 울린 셈이다.

이 가운데 심각 수준은 106건으로, 전국 심각 수준(430건) 경고 4건 중 1건꼴로 발생했다. 이어 경계 31건, 주의 40건 등의 경고음이 울렸다. 땅밀림의 초기 징후나 미세한 변위가 꾸준히 감지되고 있음을 뜻하는 관심 수준은 660건에 달했다.

전남지역에서 땅밀림 무인원격감시 시스템은 지난 2019년 담양군 금성면 금성리, 화순군 동면 복암리, 해남군 송지면 금강리, 장흥군 장동면 북교리 등 4곳에 설치됐다.

무인원격감시 시스템 설치 첫해인 2018년에는 포항시와 사천시, 합천군 등 경북·경남 지역에 설치가 몰렸지만, 이듬해부터는 전남과 강원, 충북 등으로 확대됐다. 이 기기는 땅밀림 우려 지역 가운데 도로와 다중이용시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지역에 설치되고 있는데, 올해 기준 전국에 43곳 운영되고 있다.

땅밀림은 지하수가 차오르면서 땅이 원형 그대로 서서히 무너지는 현상을 말하며, 산비탈이나 비탈면에서 주로 발견할 수 있다. 밀리는 속도가 매우 느려서 알아보기 어려워 산 전체가 주저앉거나 도로와 건물이 붕괴하는 등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상 변위가 발생하면 실시간 정보를 제공해 담당자 현장 확인과 주민 대피 등 긴급 조치를 하기 위해 무인원격감시 시스템이 마련됐다.

지난 2020년 최악의 물난리를 겪으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담양의 경우 땅밀림 경보가 울리면서 지자체는 대피 권고를 내리고 계곡부에 쓰러진 나무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는 세계 문화유산인 불국사와 석굴암이 있는 경주 국립공원 토함산 일대에 땅밀림 현상이 확인되면서 정부가 긴급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계측 기기별로 보면 담양에서는 땅의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하는 와이어신축계에서 148건의 경고가 발생했다. 땅속 깊은 곳의 변위를 측정하는 지중경사계(담양 211건·화순 196건), 지표면의 변화를 감지하는 지표변위계(담양 178건·장흥 5건·해남 2건), 구조물의 기울기를 측정하는 구조물변위계(해남 97건) 등이 뒤를 이었다.

임미애 의원은 “이상 기후로 인해 산사태보다 위험하다는 땅밀림 재해가 커지고 있다”며 “땅밀림 예측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고 주민대피 체계를 하루속히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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