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일보 단독 확보] 공사 진행 상황 부실 작성…203동 바닥 붕괴사고 누락
2022년 01월 18일(화) 21:00
화정 아이파크 2021년 4분기 감리보고서 보니
보고서 제출 하루 뒤 붕괴사고… 콘크리트 품질 3차례 불합격 판정도
재해발생 현황도 형식적 작성…현장 상황 제대로 반영 안된 부실 감리

‘화정아이파크 1,2블럭 신축공사 2021년 4분기 분기보고서‘에 담긴 감리단의 종합분석 평가 검토의견. 감리단은 모든 분야에서 ’보통 이상의 평가 기준으로 양호하다고 사료됨‘이라고 평가했다.

‘광주시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사고’ 의 감리보고서는 공사 진행 상황을 꼼꼼하게 작성해 제출해야 하는 작성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형식적으로 기록됐다는 게 건설업계의 일반적 시각이다. 단지 내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바닥 붕괴사고가 누락되는가 하면, 붕괴사고에도 불구하고 시공·품질 관리가 양호하다는 취지의 평가까지 제시되면서 현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장, 지난 11일 붕괴사고와 관련, 충분한 콘크리트 양생(養生·굳힘)을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상주 감리가 제 역할을 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인 만큼 보고서 부실 작성 의혹도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도 7명의 상주감리원 중 3명(총괄감리, 건축감리 2명)을 형사 입건해 원인 규명에 나선 상태다.

◇붕괴사고 누락, 점검결과는 적합= 감리는 시공사가 설계도대로 공사를 진행하는지, 공사 과정에서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주기적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붕괴 사고가 일어난 공사현장의 감리보고서는 감리를 제대로 했는지 흔적을 찾기 힘들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 지적이다.

사고현장 감리를 맡은 사무소는 붕괴사고(11일) 발생 하루 전날인 지난 10일 서구에 2021년 4분기(10월~12월) 감리보고서를 제출했다. 1·2단지 아파트 건설현장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 사고 직전에 내놓은 가장 최근의 감리보고서라는 점에서 사고의 징후, 연관성을 찾는 데 중요하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4분기 감리보고서의 ‘종합분석·평가 검토의견’에는 “공정, 시공, 품질, 안전관리 등이 보통 이상의 평가 기준으로 양호하다고 사료됨”이라고 적혀 있다 .

시공 부문의 경우 ‘옥탑층 골조공사 사전계획 및 확인으로 골조공사 품질을 확보했으며 주요 공정에 대한 설계도서, 시방서, 시공계획서 검토·확인으로 시공의 정밀성을 확보하고 양질의 시공이 되도록 지도 관리’했다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보고서를 제출한 하루 뒤인 11일 콘크리트 건물 16개층이 무너지는 사고로 이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대로 작성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감리보고서는 또 203동 39층에서 콘크리트 타설 중 발생한 바닥 일부가 주저앉아 공사를 중단했었던 내용에 대해서는 기록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붕괴사고를 파악하지 못했는지, 일부러 보고서에 담지 않았는지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감리가 공사 과정에서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살피는 역할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감리보고서 내 ‘재해발생 현황’도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 재해발생현황에는 지난 10월 21일 발생한 노동자 추락사고만이 유일한 재해로 기록돼 있다. 지역에서 20년째 감리업무를 보고 있는 A씨는 광주일보와의 통화에서 “감리보고서 재해발생 현황은 인명피해를 비롯, 현장에서 발생한 모든 사건사고를 기록해야 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39층 바닥 슬래브가 붕괴될 정도의 사고였다면 당연히 감리보고서에 담고 붕괴원인을 비롯, 안전진단 결과, 후속조치 등도 기록해야 한다”고 말했다.

◇품질검사에는 불량 레미콘, 불합격 콘크리트 시험 결과도=감리보고서에는 현장에 반입된 건축 자재에 대한 품질 시험 결과도 담겨 있다. 2단지 품질시험현황표에는 ‘굳지 않은 콘크리트’의 압축강도·슬럼프·공기량·염화물함유량 등의 검사를 실시, 3분기까지 불합격 판정을 3차례 받았다는 기록도 나와있다. 슬럼프 시험은 콘크리트의 반죽질기를 검사하는 시험으로 테스트를 통해 정상적인 콘크리트 인지를 판가름 하는 시험이다. 203동 지상 30층~38층까지 3개월(10월~12월) 간 벽체, 바닥 철근배근, 기동 철근배근 검사 측정결과도 적합한 것으로 기록됐다. 보고서 검사결과로 보면 지난해 12월에 발생한 바닥 슬래브 붕괴사고를 외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사고 발생 20여일 전 39층 콘크리트 타설 중 슬라브가 붕괴된 203동의 건축검사측정대장. 감리단은 지난 10월부터 12월까지 타설된 30~38층의 벽체, 기둥, 철근, 거푸집 검사 결과 ‘적합’하다는 결과를 냈다.
감리보고서에는 3개월 간의 아파트 단지별 콘크리트, 벽체, 철근배근, 거푸집 설치 등 건축검사 측정 결과, 공사추진현황, 세대별 온돌·바닥 미장, 단열재 설치공사 등에 대한 검사측정결과 등이 담겨있다. 감리는 여기에 기본적인 예정 공정표, 레미콘·철골 등 반입자재 품질시험 결과, 현장 내 각종 재해발생 현황 등을 기록하고 종합분석·평가 검토의견 등을 담아 제출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오섭 국회의원 등 정치권, 경찰 등 수사당국, 국토교통부와 노동청, 산업안전보건공단 등도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제공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안전 및 환경 관리에 대한 종합분석·평가는 감리와 시공사간 관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보고서에는 ‘주변 민원인과 원만히 협의해 지반침하 등 보수를 실시토록 지시했다’라고 기록했지만 여태껏 HDC현대산업개발은 관련된 보수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리가 지적하더라도 시공사가 무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다.

송성주 민주노총 건설노조 사무국장은 “건설현장에서 감리는 결정적인 권한을 갖고 있지 않다. 특히 원청이 대기업이라면 눈치 보기 급급했을 것”이라며 “모든 게 양호하다는 감리보고서는 결국 감리가 제대로 된 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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