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해
2022년 01월 03일(월) 03:00 가가
호랑이는 우리나라 전래동화에 가장 많이 나오는 동물 가운데 하나다. 때로는 포악하고 무섭게, 때로는 어리석거나 탐욕스러운 모습으로 그려진다. 입으로 전해지는 구전의 특성상, 전래동화에는 옛 사람들의 지혜가 담겨 있기 마련이다. 그중에는 오늘날의 관점에서도 곱씹을 만한 게 많다.
‘토끼의 재판’과 ‘호랑이와 곶감’ 그리고 ‘팥죽할머니와 호랑이’는 재미와 교훈이 함께 담긴 동화다. 자신을 구해 준 나무꾼을 잡아먹으려다 토끼의 꾀로 함정에 빠진 ‘토끼의 재판’은 배은망덕(背恩忘德)을 경고한다. ‘호랑이와 곶감’은 아이가 곶감을 받고 울음을 그치는 것을 본 호랑이가 자신보다 곶감이 무서운 상대라고 여긴다는 얘기다. ‘팥죽할머니와 호랑이’에서는 혼자 사는 할머니가 호랑이를 물리치기 위해 동네 사람들과 팥죽을 쒀 먹으며 대응한다.
이렇듯 동화에서는 다소 어리숙하게 묘사되기도 하지만, 호랑이는 오늘날 용맹·슬기·해학을 상징하는 동물로 환기된다.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였던 ‘호돌이’와 2018년 평창올림픽 마스코트였던 ‘수호랑’은 친근하면서도 강인한 이미지로 한국을 세계에 알렸다. 최근에는 이날치 밴드가 판소리 ‘수궁가’의 한 대목을 퓨전 국악으로 만든 ‘범 내려온다’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2022년 올해는 검은 호랑이해인 임인년(壬寅年)이다. 12간지를 색깔로 분류하면 갑을(파랑), 병정(빨강), 무기(노랑), 경신(하얀), 임계(검정)로 나뉜다. 임(壬)은 검정색을, 인(寅)은 호랑이를 의미하므로 올해는 호랑이 기운이 가장 세다는 흑호에 해당한다. 무엇보다 호랑이도 해에 따라 청호, 적호, 황호, 백호, 흑호로 분류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올해는 국가 및 지방 지도자를 뽑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비전을 제시하고 우직하게 실행하는 지도자들이 뽑혔으면 한다. 그러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리는 호가호위(狐假虎威) 세력은 경계해야겠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호사유피 인사유명: 虎死留皮 人死留名)는 말처럼, 역사에 기록을 남기는 지도자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
올해는 국가 및 지방 지도자를 뽑는 대선과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비전을 제시하고 우직하게 실행하는 지도자들이 뽑혔으면 한다. 그러나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리는 호가호위(狐假虎威) 세력은 경계해야겠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호사유피 인사유명: 虎死留皮 人死留名)는 말처럼, 역사에 기록을 남기는 지도자가 많이 나왔으면 한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