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사람들
2021년 12월 30일(목) 00:00 가가
엊그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광주시립교향악단 송년연주회에 다녀왔다. 이날 공연에서는 17세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3번’을 협연했고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연주가 이어졌다. 앙코르곡으로 오펜바흐의 ‘천국과 지옥’ 중 ‘캉캉’이 연주될 때는 관객들이 박수로 장단을 맞춰 가며 흥겨운 무대를 연출했다.
이윽고 공연의 막이 내린 뒤, 홍성원 지휘자가 이번 연주를 마지막으로 교향악단을 떠나는 단원 두 명을 소개했다. 35년 동안 시향과 함께했던 비올리스트 신정문 씨와 악보를 담당하는 김옥중 씨였다. 두 사람은 감사패를 받고 자신들이 늘 음악을 들려주었던 관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무대를 떠났다. 오랫동안 함께해 온 동료의 마지막을 기억하고 축하해 준 시향 단원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 뭉클했다. 나 또한 오랜 시간 좋은 연주를 들려준 데 대한 고마운 마음을 박수로나마 전할 수 있어 다행이다 싶었다.
며칠 전 라디오에서 들은 사연 한 대목이 떠오른다. 올해처럼 택배를 많이 사용한 적이 없었다는 그 청취자는 성탄절과 연말을 맞아 작은 주머니에 사탕과 양말 두켤레를 넣어 아파트 문 손잡이에 걸어 두었다고 했다. 그녀의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사연에 추위가 저만치 날아가는 듯했다.
얼마 전엔 어느 취재원으로부터 2년여 만에 전화를 받았다. 당시 시외로 출장을 갔다가 취재원인 그의 착오로 헛걸음을 하고 돌아온 적이 있었는데,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죄송함이 늘 마음에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즈음이 되니 꼭 연락을 해 다시 미안함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덕분에 나 역시 주변에 서운한 사람이나 고마운 사람이 없나 되돌아보며, 몇 사람에겐 오랜만에 안부를 묻고 작은 선물을 보냈다.
지난 한 해 코로나의 강을 건너오면서 다들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낸 우리들이다. 2021년도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그동안 도움을 받았던 고마운 이들에게 소소한 마음을 전해 보는 것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호랑이해인 2022년 역시 따뜻함과 고마운 마음을 나누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
지난 한 해 코로나의 강을 건너오면서 다들 지치고 힘든 시간을 보낸 우리들이다. 2021년도 이제 이틀밖에 남지 않았다. 그동안 도움을 받았던 고마운 이들에게 소소한 마음을 전해 보는 것으로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호랑이해인 2022년 역시 따뜻함과 고마운 마음을 나누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한다.
/김미은 문화부장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