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산 2021 광주·전남 스포츠
2021년 12월 29일(수) 07:00
환호는 잠깐 … 절망과 탄식의 나날들

안산(광주여대)이 지난 7월 30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의 옐레나 오시포바를 상대로 슛 오프 끝에 금메달을 차지한 뒤 시상대에 올라 3관왕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을 펼쳐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광주·전남 스포츠는 희비가 교차한 한 해였다. 광주·전남 출신, 소속 선수들이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에서 선전해 코로나에 지친 지역민들에게 위로를 줬고, 여자 프로배구단 AI페퍼스 창단도 반가운 소식이었다. 반면, KIA 타이거즈와 광주FC 동반몰락은 큰 실망을 안겼고 산악인 김홍빈 대장의 실종은 지역민들에게 큰 슬픔을 안겼다. 한 해 광주·전남 지역 스프츠를 지면을 통해 돌아본다.



광주, 4계절 프로 스포츠 즐기는 도시로



여자프로배구 7번째 구단 ‘광주 AI페퍼스’ 창단식이 열린 지난 9월 30일 장매튜 구단주가 공식 창단을 알리며 구단기를 흔들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AI페퍼스 창단

광주는 여자 프로배구단 AI페퍼스 창단으로 동계 실내스포츠 불모지라는 불명예를 벗고 사계절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도시가 됐다.

지난 9월 30일 광주 페퍼저축은행 여자배구단 AI페퍼스는 국내 여자 프로배구 7번째 구단으로 정식 출범했다. 광주 연고 프로배구팀은 남녀를 통틀어 처음이고,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부에 신생팀이 등장한 것은 10년 만이다.

‘백전노장’ 김형실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외국인 드래프트 1순위’ 엘리자벳을 비롯해 이한비, 박경현, 하혜진, 이현 등 16명 선수들로 팀을 꾸렸다.

V리그 첫 시즌 목표는 ‘5승’이었다. AI페퍼스는 당초 ‘1세트도 따기 힘들 것’이란 평가를 받았으나, 기대를 뛰어넘어 1라운드에서 첫 세트, 첫 승점, 첫 승까지 챙기며 광주 배구팬들을 설레게 했다. ‘신나는 배구, 즐기는 배구’를 모토로 활기 넘치는 배구를 선보인 AI페퍼스는 연일 홈 경기 좌석이 매진되는 등 빠르게 팬덤을 끌어모았다.

3라운드를 마친 현재 성적은 7개 팀 중 최하위지만, 매 경기마다 서브 폼과 선수 기용 등 다양한 변화를 주며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신궁’ 광주여대 안산 올림픽 3관왕



◇도쿄올림픽·패럴림픽 활약

지난 7월 열린 2020 도쿄올림픽에서는 대한민국 양궁이 역대 최고 성적을 냈다. 그 중심에는 안산(광주여대)이 있었다. 안산은 3관왕에 올라 코로나19에 지친 국민들의 마음에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안산은 남녀혼성전에서 김제덕(경북일고)과 ‘막내 듀오’를 이뤄 화살 위에 화살을 꽂는 ‘로빈 후드 화살’이라는 진기한 장면까지 연출하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안산은 여자 개인전에서도 금메달을 따내 올림픽 사상 첫 양궁 3관왕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도쿄올림픽부터 혼성전이 도입돼 한 선수가 딸 수 있는 최대 금메달 수가 3개로 늘어난 게 3관왕의 계기가 됐다.

전웅태(광주시청)는 한국 선수 사상 최초로 올림픽 근대5종 종목에서 동메달을 따냈다. 지난 1964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올림픽 참가 이래 57년만에 따낸 메달이다.

광주시청 탁구선수들도 2020 도쿄패럴림픽에서 선전했다. 김영건과 서수연이 개인·단체전에서 각각 은메달 2개씩을 일궈낸데 이어 박진철은 단체전 은메달, 동메달을 따냈다. 김정길도 김영건과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합작했다. 남기원은 개인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들이 수확한 메달은 은메달 5개, 동메달 2개다. 도쿄에서 대한민국 탁구 선수단이 일궈낸 은메달 6개 가운데 5개가 광주시청 선수들의 몫이었다.



5·18민주광장서 세계양궁 결승전 열린다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유치

양궁의 도쿄 올림픽 선전에 이어 광주에 또 하나의 낭보가 전해졌다. 광주가 2025년 세계양궁선수권대회 유치에 성공한 것이다.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2022 현대 양궁월드컵도 광주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광주 대회는 2025년 9월 5일부터 12일까지 90여 개국, 1100여 명 선수와 임원이 참가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대회 기간 광주를 방문할 내외국인은 참가 선수단의 열 배가 넘는 1만 3500명으로 전망되는 등 부수 효과도 적지 않다.

대회 유치에는 역대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를 연이어 배출한 ‘양궁 메카’ 광주라는 사실이 크게 작용했다. 시민의 양궁 열기와 광주국제양궁장 등 수준 높은 경기 시설 등도 밑거름이 됐다. 광주는 ‘5·18 민주광장’을 결승전 장소로 제시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여기에는 2015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2019년 세계 수영선수권대회를 저비용·고효율의 성공적인 대회로 치러낸 광주의 저력도 작용했다.



KIA가 장타력 고민 속 9위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KIA 선수들이 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KIA 야구·광주FC 축구 실망 또 실



◇프로야구·축구 동반 몰락…전남 FA컵 우승 위안

기대감으로 시작해 실망감으로 끝난 2021시즌이었다.

KBO 적응을 끝낸 윌리엄스 감독이 돌아온 ‘에이스’ 브룩스와 함께 강해진 팀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해 내야를 괴롭혔던 부상이 이번에는 마운드를 흔들었다.

브룩스와 함께 막강 원투펀치로 기대를 모았던 멩덴이 동반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걸음이 더뎠다.

무엇보다 강렬한 한방이 부족했다. 올 시즌 KIA 타자들이 만든 홈런은 단 66개에 불과했다. 부상 마운드에서도 윤중현이라는 ‘샛별’이 탄생했고, 장현식과 정해영은 ‘30홀드-30세이브’듀오로 포효했지만 부족한 화력 탓에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하면서 KIA의 승률은 점점 추락했다. 일찍 순위 싸움에서 제외된 KIA는 그들만의 리그를 치러 9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결과·과정 모두 좋지 못했던 KIA는 시즌이 끝난 뒤 사장, 단장, 감독을 모두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광주FC도 마지막에 울었다. 금호고 출신의 김호영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해 2021시즌이 시작됐다.

광주를 대표하는 펠리페와 엄원상이 그대로 자리를 지킨 가운데 엄지성이라는 새로운 자원까지 더해 광주는 K리그1의 복병을 예고했다.

그리고 올해도 광주만의 ‘독한 승부’를 하면서 상대를 괴롭혔지만, 승리에는 한 걸음이 부족하곤 했다.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내준 경기들이 이어졌고, 부상으로 제 몫을 하지 못하던 펠리페는 시즌 중반 팀을 떠났다. 주축 멤버들의 줄부상 속 스쿼드의 한계가 다시 한번 드러났다.

억울한 제주전 몰수패도 있었다. “대기심의 실수”라는 판단에도 교체선수 횟수 위반으로 1-1 무승부 경기가 0-3 몰수패로 뒤바뀌었다.

3-0의 리드를 잡았던 서울전 3-4 대역전패도 올 시즌 아프게 남았다. 창단 후 처음으로 포항이라는 벽을 넘기도 했지만 끝내 12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2년 만에 강등 운명을 맞았다. 김호영 감독은 한 시즌을 끝으로 ‘계약해지’와 함께 광주와의 인연을 마무리했다.

KIA 타이거즈와 광주FC가 동반몰락했지만, 전남드래곤즈의 FA컵 우승은 그나마 위안이었다.



광주시체육회 민선 출발부터 ‘삐걱’



◇시체육회장 선거 후폭풍…회장 직무정지

광주시체육회는 민선 출발 초기부터 난맥상을 노출해 지역민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지난 7월 보궐 선거로 선출한 체육회장이 취임 2개월만에 직무정지 된 것이다. 법원이 체육회장 선거와 관련해 광역자치단체 체육회장의 직무집행 정지 결정을 내린 것은 민선 체육회장 시대 들어 처음이었다.

법원은 광주시체육회장 선거에서 낙선한 전갑수 광주시배구협회장 등이 이상동 체육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체육회장 직무집행 정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전 회장 측이 제기한 가처분 신청 2건 가운데 ‘광주시체육회장 선거에서 광역시 체육회에 해당하는 광주시체육회가 300명 이상 선거인단을 구성해야 하는데, 282명으로 꾸려 규정된 정족수에 미달했다’는 내용을 인용했다. 선거인 정원을 지키지 않아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 것이다.

이 판결은 본안 소송에서도 그대로 유지돼 현재까지도 체육회장은 공석이다. 문제는 체육회장 공백이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2023년 2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시체육회가 법원의 체육회장 당선 무효 결정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재판 일정상 보궐 선거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산악인 김홍빈, 히말라야의 별이 되다



◇산악인 김홍빈 대장 실종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 대장은 지난 7월 파키스탄 브로드피크(8047m) 등정에 성공한 후 하산 도중 실종돼 히말라야의 별이 됐다.

파키스탄과 중국의 협조로 대대적인 수색 작업을 펼쳤지만 김 대장의 행방을 찾을 수 없자 가족들과 사고대책위는 ‘수색 활동으로 2차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 당부했던 그의 유지를 받들어 수색 중단을 결정하고 장례 절차를 밟았다.

김 대장은 중증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을 이뤄냈고 7대륙 최고봉 완등의 위업을 달성했다.

그는 생전 자신의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스스로 위로받기 보다 남을 위로하고 희망을 주려 노력했었다. 장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등산 캠프를 여는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허물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정부는 지난 8월 김 대장의 업적을 기려 체육 훈장 중 최고 등급인 청룡장을 추서했고, 12월에는 대한체육회의 ‘2021 대한민국 스포츠영웅’으로 선정돼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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