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대통령
2021년 12월 26일(일) 18:45
최근 지구촌에서는 30대의 청년 또는 여성 대통령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지난주 칠레에서는 좌파연합 ‘존엄성을 지지한다’의 후보로 출마한 가브리엘 보리치(35)가 극우 성향 후보인 안토니오 카스트(55)를 따돌리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프랑스에선 지난 2017년 에마뉘엘 마크롱이 39세에 대통령에 취임했고, 같은 해 뉴질랜드에서도 37세의 저신다 아던이 총리로 등극했다. 핀란드에서는 지난 2019년 산나 마린이 34살의 나이에 총리로 취임, 역대 최연소 총리에 이름을 올렸다.

‘30대 국가수반’은 유교적 질서가 아직까지도 사회 전반에 똬리를 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탈산업화 및 정보화사회로의 급속한 진입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MZ세대(밀레니얼 세대: 20대 초반~30대 중반)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우리도 ‘30대 국가수반’ 탄생 가능성이 조금씩 커지는 분위기다. 올 들어서는 국민의힘에서 헌정 사상 최초로 36세의 최연소 제1야당 대표가 선출된 데 이어, 여야 대선 캠프에서도 20대 초반~30대 중반의 청년들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하는 등 MZ세대가 정치의 전면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지역에서도 지난 22일 민주당 광주시당과 전남도당이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년·여성 영입에 공을 들이며 세대교체를 모색하고 있다. 광주시당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광역의원 선거구 20곳 중 8곳을 여성·청년 경쟁 선거구로 확정했다. 전남도당은 대선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귀농인과 이주여성 등 20~30대 청년을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대거 임명했다.

몇 년 전부터 국내 정치의 저변에서 불기 시작한 세대교체라는 변화의 바람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를 잡아 가고 있다. 현재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이 40세로 규정되어 있긴 하지만 이는 사회적 합의만 이뤄진다면 결코 돌파할 수 없는 장애물은 아니다. ‘청년 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가 우리 정치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과 역동성을 가져다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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