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성기
2021년 12월 23일(목) 05:00 가가
서울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 메타버스 전문 기업을 운영하는 어느 사업자와 얼마 전 잠깐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조만간 광주에 지사를 내겠다고 한 그는 요즘처럼 즐거운 시기는 없었다며 싱글거렸다. K-팝, K-드라마, K-푸드 등이 이미 세계 곳곳에 알려지면서 유수의 외국 기업들이 BTS, 오징어게임, 불고기 등을 소재로 먼저 손을 내민다는 것이다. 그는 유사 이래 대한민국의 최전성기가 바로 지금인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국의 근현대사는 암울함 그 자체였다. 110여 년 전 일본의 식민지가 됐고, 70여 년 전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었으며, 60여 년 전만 해도 해외 원조 없이는 살길이 막막했던 최빈국이었다. 하지만 그 어느 국가도 해 보지 못한 ‘압축 성장’으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하면서 세계 8위의 무역 강국에 올라섰다. 경제적인 성과만이 아니라 음악·음식·영화·드라마 등 문화 콘텐츠 역시 세계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다만 ‘압축 성장’의 그늘이 드리워진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원과 인력이 한정된 가운데 효율적인 성장만 강조하니 대기업 및 대규모 플랫폼업체, 기득권 세력, 부유층, 수도권만이 그 혜택을 주로 누렸다. 고도로 성장할수록 간극 또한 고도로 벌어졌지만,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안일했다.
부가 쌓일 만큼 쌓였음에도 더 증식하려는 이들이 부동산, 특히 아파트를 그 수단으로 삼았으나 선제적인 제어에 실패했다. 민간 영역은 질적·양적 측면에서 그 수준이 가파르게 향상되고 있는데 비해, 공공 영역은 과거와 큰 변함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차기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세계 으뜸으로 이끌면서 한편으로 과거 ‘압축 성장’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 균형·분배와 함께 공공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임무가 차기 대통령에게 부여된 셈이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이 오로지 과거 검증과 네거티브만 반복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대한민국의 최전성기를 이끌 비전을 경쟁하며, 정책으로 대결하고, 격렬히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
차기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세계 으뜸으로 이끌면서 한편으로 과거 ‘압축 성장’으로 인한 부작용을 해소해야 한다. 균형·분배와 함께 공공에 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임무가 차기 대통령에게 부여된 셈이다.
하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이 오로지 과거 검증과 네거티브만 반복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 대한민국의 최전성기를 이끌 비전을 경쟁하며, 정책으로 대결하고, 격렬히 토론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윤현석 정치부 부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