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성어
2021년 12월 22일(수) 06:00 가가
전국의 대학교수들은 매년 연말이면 한 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를 골라 발표한다. 그 해의 정치·사회·경제 상황 등을 비유하거나 상징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네 개의 한자로 이뤄진 짤막한 말이지만 어찌 그리 비유가 적절한지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올해는 유독 정치권을 비판하는 사자성어를 꼽은 교수들이 많았다. 교수신문이 전국 대학교수 8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9.2%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뽑았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한다는 뜻이다.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통속이 되었다는 의미다.
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 같은 사회 분위기와 정치권의 행태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감시자와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할 기관이나 정치권이 부정과 결탁해 사적으로 이익을 챙기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여기에는 내년 대선을 걱정하는 의미도 담겼다. 매일 터져 나오는 여야 대선 후보 가족들의 비리 의혹 때문이다.
교수들로부터 두 번째로 많은 선택을 받은 고사성어는 ‘인곤마핍’(人困馬乏)이었다.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온 국민과 나라가 피곤한 한 해였다는 의미다. 여기에 정치권의 비상식적 모습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국민들을 피곤하게 한다는 의미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연일 여야가 서로 헐뜯으면서 국민들의 피로감과 실망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오죽하면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 국가를 맡겨야 하는 상황이냐’는 한탄까지 나올까.
이를 반영하듯 교수들이 세 번째로 많이 꼽은 고사성어는 ‘이전투구’(泥田鬪狗)였다.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이다. 코로나19로, 치솟는 물가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오로지 권력을 잡기 위해 매일 싸우고만 있어서야 되겠느냐며 정치판을 비꼰 것이다. 내년에는 희망적이고, 국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그런 사자성어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
이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땅 투기 사건 같은 사회 분위기와 정치권의 행태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감시자와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할 기관이나 정치권이 부정과 결탁해 사적으로 이익을 챙기는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여기에는 내년 대선을 걱정하는 의미도 담겼다. 매일 터져 나오는 여야 대선 후보 가족들의 비리 의혹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교수들이 세 번째로 많이 꼽은 고사성어는 ‘이전투구’(泥田鬪狗)였다.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이다. 코로나19로, 치솟는 물가로 고통받고 있는 국민을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오로지 권력을 잡기 위해 매일 싸우고만 있어서야 되겠느냐며 정치판을 비꼰 것이다. 내년에는 희망적이고, 국민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는 그런 사자성어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권일 정치부 부장 c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