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대선’
2021년 12월 21일(화) 06:00
‘막장’은 광산이나 탄광의 갱도 끝에 있는 작업장을 뜻한다. 갱도가 좁고 안전하지 않으며 매우 힘든 작업장이어서 누구나 일하기 꺼리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막장은 말 그대로 길이 막힌 막다른 곳, 내일이 보이지 않는 절망적 현실을 의미한다. 또 어떤 상황이나 사건이 엉망진창으로 치달아 가는 최악의 형국을 빗대 쓰는 말이기도 하다. 비현실적이고 자극적인 상황을 연속적으로 전개하며 시청자들의 관심을 모으는 드라마를 흔히 ‘막장 드라마’라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데 불과 3개월도 남지 않은 내년 대선 경쟁에도 이러한 막장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이번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선택이 필요하다. 민생경제 회복 등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한 미래를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회 전반에 뿌리내린 ‘부익부 빈익빈’의 경제적 불평등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과의 갈등은 물론 북한의 변하지 않는 태도 등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얽혀 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국민적 역량 결집이 요구된다.

하지만 현실은 암담하다. 내년 대선이 미래를 열어 가는 ‘감동의 드라마’보다는 갈등만 쌓이는 ‘막장 드라마’로 귀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현안을 해결할 여야 후보들의 정책 경쟁은 실종되고 후보 가족들을 겨냥한 자극적인 상호 비방전만 난무하고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각종 여론조사 결과, 접전을 벌이고 있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비호감도가 호감도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점에서 대선 후가 더 걱정된다는 말까지 나오는 판이다.

최선은커녕 차악의 후보도 선택하기 어렵다는 푸념이 나오는 대선. 결국 믿을 것은 국민적 집단 지성밖에 없을 것 같다. 막장에 갇힌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주권자가 행동하는 만큼 세상이 바뀐다는 것을 우리는 충분히 경험해 왔다. 코로나19의 대확산 국면 속에서도 국민적 집단 지성이 막장 같은 답답한 현실을 뚫고 정치권의 각성을 이끌어 냈으면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반드시 미래의 출구를 찾아내야만 한다.

/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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