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한글학교
2021년 12월 20일(월) 03:00
민족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핵심 요인 가운데 하나가 언어다. 언어에는 민족 고유의 지문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글에는 한민족 고유의 정신과 문화가 투영돼 있다. 오늘날 세계에서 인정받는 ‘K문화’ 이면에는 한글을 토대로 한 콘텐츠가 적지 않다. 그만큼 한글은 세계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보편성과 역사성을 지녔다.

얼마 전 광주 광산구에 자리한 ‘월곡 고려인문화관’에 들렀다. 그곳에서는 옛 소련 고려인 집성촌에 세운 광주한글학교 개교 3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내년 4월까지)이 열리고 있었다. 광주한글학교는 1991년 광주 전남 지역 개인과 단체가 현지에 건립한 국내 최초의 민간 한글학교다. 당시 전남대 임채완 교수의 창의로 시작된 한글학교는 광주일보가 기금 운동을 전개해 힘을 보탰다.

현지 한글학교는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러시아에 각기 두 곳씩 모두 여섯 곳이 세워졌다. 처음 개교한 1991년엔 현지 고려인을 채용해 학교 운영을 하다가 1992년 초부터 광주에서 한글학교 교사가 파견됐다. 김수진·전현숙·허선행·장원창·김병학 교사 등이 현지로 떠났다. 대학을 졸업한 푸른 청춘들은 그렇게 고려인들과 조상의 언어로 소통을 나눴다. 옛 소련에서의 한글 교육은 오늘의 월곡 고려인마을 태동의 계기로 이어졌다.

전시장에는 한글학교 운영 현황을 보여 주는 다양한 자료들이 비치돼 있다. 사진과 신문을 비롯해 학교 회계장부와 교재 등은 30년 역사를 오롯이 증언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판 재외국민용 한국어’와 ‘재미있다 한국어’ 등 초기 교재에서는 머나먼 타국에서 모국어를 그리워했을 고려인들의 마음이 읽혀진다.

한글학자 허웅(1918~2004) 선생은 “한 나라의 말은 그 나라의 정신이며, 그 겨레의 문화 창조의 원동력이다”라고 설파하신 바 있다. 현상이나 물질과 달리 언어는 보다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와 인도를 바꾸지 않겠다’는 영국인들의 호언은 언어가 곧 국력이자 문화자산이라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다. 고려인문화관에서 한글의 소중함과 우수성, 동포들의 아픈 역사를 잠시 생각해 본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인공지능(AI) 중심도시 광주시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글로벌 AI컨퍼런스에서, 세계적 AI권위자들은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연결하는 현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고, 엣지 AI와 머신러닝 등이 차세대 AI산업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 등을 제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광주시가 주최하고 인공지능산업융합사업단이 주관하는 글로벌 AI 컨퍼런스 ‘AICON 광주 2021’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간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렸으며, 코로나19 시대에 맞춰 행사장 현장 참여와 함께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공간과 유튜브 생중계 등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됐다. <사진>

전 세계를 뒤덮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 우려 등에 따라 방역을 최우선으로 두고 방문객은 물론 내외부 시설을 엄격하게 방역 관리한 결과, 단 한 건의 감염 사례도 발생하지 않는 등 ‘코로나19 방역 모범 행사’라는 평가도 받았다.

이번 컨퍼런스에선 전 세계 인공지능(AI) 기술 7개 강국 30여 명의 AI권위자들이 연사로 참여해 ‘세상의 AI, 빛나는 이곳에서’라는 주제로 AI 기술 트렌드를 제시하고, 산업융합 과정에서 인공지능의 역할 등을 강연했다.

컨퍼런스 첫날에는 하버드대 엣지 컴퓨터 연구소의 비제이 자나파 레띠(Vijay Janapa Reddi) 교수와 글로벌 IT 기업 김태원 전무가 인공지능의 역할을 제시하는 기조강연에 나서 전 세계 AI 전문가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미래 AI 기술, 어디로 갈 것인가?’를 주제로 강연한 비제이 자나파 레띠 교수는 “많은 기기가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갖추게 되고 인터넷, 클라우드를 통해 서로 연결되는 시대가 왔으며, 이를 통해 생성되는 데이터 역시 폭증하고 있다”며 “이러한 방대한 데이터를 전송하고 처리할 만한 대역폭을 확보하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문제이며, 모든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연결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클라우드 AI에만 관심을 가지던 기존 추세에서 벗어나 엣지 AI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며 “작은 머신 러닝 기술 등이 차세대 AI의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주장했다.

‘디지털 트랜스 포메이션과 스마트 워킹’이라는 주제로 기조 강연한 김태원 전무는 “사회가 빠르게 변하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도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달라지고 있다”며 “데이터, 인공지능, 머신러닝, 클라우드 등의 디지털 기술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행사장 1층 전시홀에선 50여 개 인공지능 관련 기관·기업 전시회와 40여 개 기업이 참여한 채용박람회, 10개 스타트업의 투자유치 설명회, 바이어 상담회 등이 열렸다.

이 밖에도 방문객을 대상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VR, AI 체험, 증강현실을 활용한 댄스 체험, 인간과 AI 퀴즈 대결, AI 특별 강연, 메타버스 시네마, 무인 로봇 가게 등 생활 속에 가까워진 인공지능 기술을 접할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돼 인기를 끌었다.

/박진표 기자 luc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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