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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0일(금) 00:30 가가
수년 전만 해도 혼자 밥 먹는 사람은 점심 약속 하나 없는 ‘변변치 못한 사람’이거나 돈을 아끼려는 ‘짠돌이’로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그렇게 여기지 않는다. 특히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되면서 ‘혼밥’은 우리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은 듯하다.
감염 우려에 회식이나 모임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점심을 혼자 해결하는 직장인들이 늘기 시작한 탓이다. 식당이나 카페에서도 이들 ‘혼족’을 위한 1인용 식탁을 한두 개 정도 비치하는 게 일반화됐을 정도이다. 지금의 혼밥은 바쁜 직장인들의 단면이거나 코로나가 만들어 낸 풍경일 것이다. 하지만 조선시대 양반사회에서 혼밥은 그야말로 일상의 모습이었다.
조선 후기 사대부들은 모두 한 개의 소반(小盤)을 놓고 혼자서 식사를 했다. 이는 사대부들이 성리학의 예법을 충실히 따른 결과이다. 중국의 ‘예기’나 ‘주례’에는 “손님을 대접할 때나 마을에서 남자들이 모여서 술을 마실 때, 주인과 손님에게 따로 독상을 차려 내야 된다”라고 쓰여 있다. 심지어 혼인한 부부도 남편 혼자 식사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중국에서는 그러나 당나라 이후 북방의 유목 민족 영향을 받으면서 독상 문화가 사라지고 여러 명이 함께 식사하는 것이 대중화됐다. 반면 조선 사대부들은 중국의 예법을 실천하려 노력했다. 남성들은 반드시 소반으로 식사를 해야 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의관을 갖추고 소반 앞에서 남성이 혼자 식사하는 모습은 조선을 방문했던 선교사나 외국인 방문객들에게는 너무나 특이하게 비쳤을 것이기에 이를 묘사한 그림이나 글도 적지 않다. 당시만 해도 서양인들은 혼자 식사하면 좋지 않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20세기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국가까지 나서서 가장의 독상 식사를 비판했다. 여기에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가정과 음식점에서 여러 명이 함께 식사하는 교자상 문화가 널리 퍼졌다. 100년 전만 해도 혼밥은 타파해야 할 가부장제의 폐해로 지목됐지만 이제는 효율성과 위생·방역 측면에서 오히려 올바른 식사법으로까지 여겨지고 있으니 격세지감이 든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
조선 후기 사대부들은 모두 한 개의 소반(小盤)을 놓고 혼자서 식사를 했다. 이는 사대부들이 성리학의 예법을 충실히 따른 결과이다. 중국의 ‘예기’나 ‘주례’에는 “손님을 대접할 때나 마을에서 남자들이 모여서 술을 마실 때, 주인과 손님에게 따로 독상을 차려 내야 된다”라고 쓰여 있다. 심지어 혼인한 부부도 남편 혼자 식사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채희종 사회부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