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내 발치에서 자라고 있을지 모른다 - 이효빈 동신대 디지털콘텐츠학과
2021년 06월 07일(월) 22:30

이효빈 동신대 디지털콘텐츠학과 3학년

이번 학기 수강한 교양 수업의 과제는 2주 동안 행복한 일을 작성하고 자신의 삶에 대해 구체적인 평가를 내리는 것이었다. 자신이 무엇에 행복을 느끼는 사람인지를 알아 가는 과정인데, 과제를 하며 나 자신의 행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현재의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작은 행복이 여러 번 쌓이면 큰 행복이 된다고 믿고 있다. 날씨가 좋아서, 또는 내가 먹고 싶다고 한 음식을 엄마가 해주셔서, 며칠 동안 공들였던 프로젝트의 막혔던 부분을 해결하게 돼서, 정말 사소하면서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고 있다.

그런데 과제 막바지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행복하다는 느낌도 결국에는 착각이 아닐까?’ ‘컴퓨터가 어떤 상황에 대응하는 값을 출력하는 것처럼?’ ‘사람도 내가 행복해야 할 것 같은 순간에서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아닐까?’

그러고 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을 꿈꾸고 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조건이 갖춰졌을 때 모든 사람이 정말 행복할까? 자신이 꿈꾸던 미래가 현실이 됐기 때문에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럼 내가 느끼는 행복은 무엇일까? 행복은 정의될 수 있는 걸까? 머리가 복잡해졌고,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지만 정작 행복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과연 행복은 어떻게, 무엇으로 느끼는 걸까?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에서 행복을 느끼며 살고 있다. 거기엔 각자 특징이 있다.

과거의 영광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은 무언가 명백한 성취를 이뤘을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다른 사람에게 그 대단함을 인정받고, 자신이 느끼는 행복이 공감되길 바라는 마음이 큰 것 같다. 다만 과거에 과도하게 집착하면 ‘나 때는 말야’식의 꼰대로 인식될 수 있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행복에 목을 매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은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잠시 포기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미래를 좇다 보면 현재 포기해야 할 일이 있고 그게 현명하고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래에 포기한 만큼의 행복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또 ‘미래의 행복이 무엇인지’를 물었을 때,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행복을 대표하는 단어는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다. 과거나 미래보다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고, 현재의 나를 위해 후회 없이 이 순간을 즐기며 살아간다는 뜻이다. 현재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지금 나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요시하기 때문에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또한 다른 사람과 자신이 속한 조직 등을 위해 희생하지 않기 때문에 갈등의 여지가 없지 않다.

행복에 대한 수많은 명언들이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행복이란 무엇인지, 명확히 정리하진 못하고 있다. 이번 과제가 내게 준 하나의 깨달음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의 선택지를 채워가며 미래를 준비해 나가는 데 있어 ‘행복’은 매우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행복한 순간순간을 매번 기록으로 남기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하루 속 작은 행복을 찾는 일을 굉장히 즐기게 됐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울한 날에도 작은 행복들은 내 발치에서 자라고 있을지 모른다. 다만 내가 지치고 힘들어서 눈치 채지 못했을 뿐.

이제 사소한 행복들을 흘려보내지 말자. 하나하나 기록해서 수첩에 간직해 보자. 소소한 일상에, 내가 모르고 지나쳤던 주변 사람들의 배려에,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별거라고 생각했지만 별 게 아닌 것들에 대해 감사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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