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행성’
2021년 02월 23일(화) 05:00 가가
“나는 하나의 행성에 온전히 혼자 남은 최초의 인간이다.” 이렇게 말한 사람이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 화성 ‘아레스3’ 탐험대원 중 한 명이다.
그는 모래 폭풍이 우주선의 한계 허용치보다 강해지면서 탐험대가 급히 탈출하는 과정에서 조난을 당한다. 부상을 입었지만 극적으로 생존한 이 대원(마크 와트니)은 극한 조건의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발한 방법을 찾아낸다. 다행히 그는 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였다. 기지에 남아 있는 보급품과 자신의 과학 지식을 총동원해 가장 시급한 산소와 물을 만든다. 또 화성 토양과 지구에서 가져온 일부 흙을 섞어 감자를 재배한다. 거름은 그가 만들어 내는 ‘천연 비료’를 사용한다.
이는 실제 상황이 아니라 미국 작가 앤디 위어가 지난 2009년 쓴 공상 과학소설 ‘마션’(The Martian·화성인) 속 이야기다. 이 소설은 지난 2015년 같은 제목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소설 속에서 대원은 자신의 생존 사실을 지구에 알리기 위해 1997년 화성에 착륙한 무인 탐사선 ‘패스파인더’(Pathfinder·개척자)를 찾아 장거리 탐사에 나선다. 작가는 과학에 바탕을 둔 상상력으로 가까운 미래의 유인 화성 탐사 상황을 실감 나게 그려 낸다.
지난 19일 미국 화성 탐사선 ‘퍼서비어런스’(Perserverance·인내)가 7개월간의 비행 끝에 ‘붉은 행성’인 화성 표면에 안착하는 데 성공했다. 앞으로 지표면을 주행하는 ‘로버’(Rover·방랑자)와 소형 드론 ‘인저뉴어티’(Ingenuity·독창성)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면 색다른 화성 사진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화성 궤도에는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중국·인도·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각각 쏘아 올린 탐사선이 돌고 있다. 이러한 여러 나라의 화성 탐사는 15~17세기 포르투칼·스페인 등이 경쟁적으로 신항로 개척에 나섰던 ‘대항해 시대’(The Age of Discovery)를 연상시킨다. 한국 역시 공상 같지만 언젠가는 우주 탐사의 꿈을 이뤘으면 좋겠다. 오늘도 날이 저물면 서쪽 밤하늘 황소자리에서 붉게 빛나는 화성을 찾아 봐야겠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
그는 모래 폭풍이 우주선의 한계 허용치보다 강해지면서 탐험대가 급히 탈출하는 과정에서 조난을 당한다. 부상을 입었지만 극적으로 생존한 이 대원(마크 와트니)은 극한 조건의 화성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발한 방법을 찾아낸다. 다행히 그는 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였다. 기지에 남아 있는 보급품과 자신의 과학 지식을 총동원해 가장 시급한 산소와 물을 만든다. 또 화성 토양과 지구에서 가져온 일부 흙을 섞어 감자를 재배한다. 거름은 그가 만들어 내는 ‘천연 비료’를 사용한다.
/송기동 문화2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