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 데자뷔
2021년 02월 22일(월) 05:00
3개월 후면 5·18광주민주화운동 41주년을 맞는다. 아프고 힘든시절이었지만 불혹의 세월을 보내면서 가슴속 상처가 아물었나 했는데 전혀 아니었나 보다. 요즘 미얀마에서 진행되는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 소식을 접하면서 80년 5월 국민에게 총부리를 들이댄 전두환과 군부에 대한 분노 그리고 민주화를 갈구하는 타는 목마름이 선명하게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기억은 희미해졌지만 가슴만은 5월의 참상을 여전히 잊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실제로 요즘 미얀마 군경이 시위대에 고무탄과 새총을 쏘고 곤봉 세례를 퍼붓는 모습을 담은 인터넷 동영상을 보면 80년 5월 광주와 거의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1000여 명의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사복 군인이 고무탄 총으로 추정되는 장총을 들고 거리를 활보하거나 시위대가 숨은 건물로 따라 들어가 발포하는 모습 그리고 투항해 건물 밖으로 나오는 시위대에게 곤봉을 무자비하게 휘두르는 만행 등은 ‘이미 어디선가 본 듯한’ 데자뷔를 느끼게 한다.

시민들이 몸 여기저기에 고무탄이나 새총을 맞고 피를 흘리는 사진이나, 지난 9일 수도 네피도에서 쿠데타 항의 시위에 나섰다가 머리에 경찰의 실탄 사격을 받은 20세 여성이 뇌사 상태에 빠져 병상에 누워 있는 사진도 80년 5월 광주의 참혹한 현장 사진과 꼭 닮았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육군 77경보병사단이 투입된 것 역시 80년 당시 광주에 ‘잔인무도한’ 공수부대가 투입됐던 상황을 곧바로 떠올리게 한다.

군부가 총칼을 겨누고 있긴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미얀마 시위대는 41년 전 광주 시민이 갖지 못했던 강력한 원군을 확보하고 있다. 유린되고 있는 인권과 군부의 만행을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해 외부 세계에 알림으로써 세계 곳곳의 민주 세력으로부터 즉각적이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 광주도 5·18의 진실을 세상에 알리는 데 많은 외국인의 도움을 받았다. 비록 현장으로 달려가지는 못하지만 민주화의 횃불을 치켜든 미얀마 국민에게 굳건한 연대와 지지를 보낸다.

/홍행기 정치부장 redplane@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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