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야 놀자”
2021년 01월 27일(수) 09:00
초록색 잔디와 빨간색 조형물이 어우러진 라빌레트 공원은 한폭의 그림이었다. 돗자리를 깔고 일광욕을 즐기는 금발의 미녀, 아빠와 배드민턴을 치며 행복한 표정을 짓는 아이들. 자동차 소음과 매연이 가득한 파리 시내와 달리 평온한 기온이 감도는 낙원이었다.

벌써 6년이 지났지만 파리 라빌레트 공원의 추억은 지금도 생생하다. 특히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 있는 건 공원 곳곳에 설치된 ‘폴리’다. 광주폴리의 모델이기도 한 빨간색 조형물은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 빨간색의 강철에 10m 높이의 네모형태로 디자인된 34개의 폴리는 레스토랑, 전망대, 카페, 도서관, 인포메이션 센터 등 다양했다. 이방인의 눈엔 폴리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게 신기해 보였다. 수동적 감상의 대상인 오브제가 아니라 시민들과 소통하는 문화공간이었다.

솔직히, 광주는 폴리에 대한 추억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지난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특별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된 폴리는 쇠락한 구 도심을 되살리기 위한 카드로 옛 광주읍성터에 10개가 설치됐다. 하지만 디자인비엔날레 개막일에 맞춰 급조된 탓에 주변 건물이나 시민들의 동선과 충돌하면서 일부 작품은 애물단지가 됐다. 광주 중앙초교의 ‘광주사람들’이나 금남공원 인근 ‘유동성 조절’, 충장로 파출소 앞의 ‘99칸’이 대표적이다.

신축년 새해를 맞아 광주폴리가 명예회복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오랫동안 시민들의 눈총을 받아온 몇몇 폴리가 리노베이션을 통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는 랜드마크로 거듭난다는 것이다. 그중에 하나가 ‘99칸’이다. 지난해 말 부터 충장로를 오가는 행인들에게 ‘‘해피 뉴이어(HAPPY NEW YEAR)’라는 신년 메시지를 전하며 어두운 밤거리를 화려한 빛으로 감싸고 있다. 광주시로 부터 폴리를 위탁관리하고 있는 광주비엔날레재단(재단)은 올해부터 30개 폴리 중 11개를 대상으로 노후 작품 보수, 작품 이설, 아트조명 등의 업그레이드 작업을 진행중이다. 또한 2~3개의 폴리를 신설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이번 폴리의 ‘변신’은 연초 그 어떤 지역 문화계의 뉴스보다 반갑다. 사실, 폴리는 수십 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 매머드 프로젝트였지만 지속적인 관리와 지원이 부족해 아직까지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소통의 원두막’(장동 교차로), ‘광주사랑방’(아시아문화전당) 등은 장소성을 살리고 있지만 상당수가 여전히 지역사회와 통(通)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올해는 폴리가 광주에 첫선을 보인지 10주년이 되는 해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로 부터 ‘2017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문화자산이 될 가능성도 인정 받았다. 광주의 거리를 수놓고 있는 30개의 광주폴리는 다른 도시에서 보기 힘든 관광자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속적인 마케팅과 홍보다. 새로운 폴리들을 건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작품’들을 알리고 이들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브랜드화가 먼저다. 하루빨리 파리 라빌레트 공원처럼, 광주 시민들이 폴리와 친해지면 좋겠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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