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아닌 채권추심 일인줄 알았다고?
2020년 11월 24일(화) 06:00
재판부 “불법 행위 미필적 인식”…수금책 원심대로 징역 2년
“이 일 보이스피싱 아니에요?”, “신용정보회사 채권 추심 사원으로 일하는 겁니다.”

카카오톡 메신저로 근무 형태를 소개받는 과정에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인지를 물어봤는데, 신용정보회사 채권 추심 업무로 답변해 그대로 믿었다면 사기죄를 물을 수 있을까.

30대 여성이 보이스피싱 수금책 역할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뒤 이같이 항변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 3부(부장판사 장용기)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A(37)씨에 대해 원심대로 징역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 28일, 금융감독원 직원인 것처럼 행동하며 피해자에게 3006만원을 건네받아 가로챈 것을 비롯해 5월 14일까지 9차례에 걸쳐 8명의 피해자들에게 1억668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1심 뿐 아니라 항소심에서도 사기 혐의를 부인했다. ‘돈을 전달하는 일을 했지만, 신용정보회사 추심사원으로 취직된 줄 알았을 뿐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두 차례 연락을 주고받은 사람에게 보이스피싱인지 여부를 물어 확인했다. 단순한 채권추심업무에 불과하다고 해 불법적인 일이라고 의심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의심스러운 사정을 외면 또는 용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보이스피싱인지 여부를 의심하고도, 3자가 아니라 범행을 지시한 사람에게만 확인하고 의심을 거뒀다는 점은 자신의 행위가 불법적 행위라는 것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보이스피싱 범행을 시킨 사람에게 불법 아니냐고 물으면 누가 불법이라고 하겠느냐”면서 “당사자인 자신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들을 만날 때마다 다른 금융기관에서 파견된 것처럼 행세하거나 소개한 점, 정식 면접도 없는 점, 체크카드를 빌려주고 처벌받은 전력 등이 있는 점 등도 반영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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