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부터 워너비까지…드라마 속 직장 상사 열전
2020년 06월 15일(월) 18:30

김응수

툭 하면 “라떼(나 때)는 말이야”를 일삼는 ‘꼰대’(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의 정석부터 잘못했을 때는 눈물 쏙 빠지게 혼내지만 뒤끝은 없고 업무에서도 모범을 보이는 ‘워너비’까지.

가족과 연애 못지않게 일상의 큰 축을 차지하는 직장 상사 이야기는 드라마에서도 단골 소재다. 현실을 반영한 만큼 다양한 유형의 상사가 등장해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긴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드라마 속 직장상사는 역시 MBC TV 수목극 ‘꼰대인턴’ 속 이만식(김응수 분)이다. 그는 과거 옹골식품 라면사업부 마케팅영업부장이었을 때 ‘꼰대 체크리스트’의 모든 항목을 채웠다. 어리면 일단 말부터 놓고, 툭 하면 “내가 너만 할 때는”을 찾으며, 자유롭게 얘기하라고 해놓고 자기 의견을 말하면 부르르 떨고, 후배들의 사생활까지 캐묻는 모습이 딱 꼰대의 정석이었다.

라면업계 후발주자였던 옹골이 업계 1위로 자리 잡기까지 ‘회사가 곧 나’라는 사아일체(社我一體) 정신으로 신혼여행 때나 부모상을 당했을 때도 회사밖에 몰랐던 면 역시 ‘요즘 애들’ 시선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꼰대가 꼭 나이와 연동되는 건 아니다. JTBC 수목극 ‘야식남녀’ 속 CK의 공채 PD 남규장(양대혁)은 젊은 나이에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심하게 차별하며 만만치 않은 꼰대의 모습을 보인다.

그는 비정규직들에는 아예 기회조차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허드렛일만 시키며 소모품 취급을 한다. 능력은 계약직인 김아진(강지영)이 훨씬 월등한데도, 정규직인 노재수(박성준)만 감싸고 돈다. 역시 현실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인물이다.

이 밖에도 지난 2월 종영한 JTBC ‘검사내전’ 속 최종훈(김유석) 지청장 역시 ‘강약약강’(강한 사람에게 약하고 약한 사람에게 강함)형 꼰대였다. 실적이 좋지 못한 형사 2부를 노골적으로 괴롭히며 자신의 지시대로 사건을 처리하지 않으면 징계를 활용해 악의적으로 보복해 시청자의 분노를 자아냈다.

전미도
반대로 최근 종영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채송화(전미도)처럼 선배에게 예의 바르고 후배들에게 따뜻한 워너비 상사도 현실에 아예 없지는 않다.

그는 환자에게 예의 없게 행동한 후배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따끔하게 혼내면서도 돌아서면 잊는다. 후배들에게 따로 고민상담을 해줄 정도로 인간미도 넘친다. 송화 캐릭터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현실에 얼마 없는 상사 모습’이라고 회자하며 사랑받았다.

지난 4월 종영한 tvN ‘메모리스트’의 구경탄(고창석) 팀장도 후배 동백(유승호)을 감시하느라 만년 특수형사지원팀에 머물면서도 동백이 위기에 빠졌을 때는 대신 사고를 당하기까지 하며 온몸으로 막아주는 상사의 모습을 보여줬다.

‘검사내전’의 부장검사 조민호(이성재)는 형사1부와 2부만 존재하는 작은 지청 안에서 ‘만년 2등’만을 기록하는 후배들을 타박하면서도 사실은 제 사람들을 가장 아끼는 인간미 넘치는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며 최종훈과 대조를 이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꼰대와 워너비의 중간에서 왔다 갔다 하며 후배들의 판단(?)을 어렵게 하는 상사들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꼰대인턴’의 가열찬(박해진)이 대표적이다. 만식을 시니어 인턴, 즉 부하로 다시 만나게 되며 갑을(甲乙) 역전 상황에 놓인 그는 만식 같은 상사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만식이 등장한 이후 꼰대로 변해간다. 참고 참다가도 “까라면 까라”고 폭발하고 마는 모습에 “앞에선 좋은 말만 하더니 뒤에서 호박씨”라고 욕을 듣는다.

남궁민
지난 2월 종영한 SBS TV ‘스토브리그’의 단장 백승수(남궁민)도 주요 조직에 한 명씩 있을 법한 인물이다. 그는 자기 뜻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확고부동형’이다. 무뚝뚝하고 차가워 소통의 기술은 영 별로이지만, 편견 없이 사람과 능력을 판단하고 조직의 미래를 생각할 줄 아는 인물이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13일 “최근 꼰대 상사의 전복,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참스승 상사 캐릭터에 대한 열광은 존경할만한 시니어가 많지 않다는 현대인의 갈증이 반영된 듯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진 지식을 먼저 나누고, 솔선수범하며, 책임져야 할 때를 아는 상사, 인생 선배가 흔치 않다는 사실이 드라마 속 캐릭터로 표출되는 ‘웃픈’(웃기고도 슬픈)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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