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무법자 ‘오토바이 굉음’ 안 잡나 못 잡나
2020년 03월 27일(금) 00:00
충장로·금남로 일대 점령
행인 북적이는 인도 위험한 질주
광주 동구 지난해 단속 0건
소음기 튜닝 불법개조 만연
개조 업체까지 강력 단속 목소리

배달 오토바이의 위험한 도심 질주.

# 지난 12일 오후 4시 광주시 동구 충장로 클럽클리오 앞을 지나던 외국인 여성 2명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배달오토바이가 이들 사이로 요란한 굉음을 내지르며 빠른 속도로 지나쳤다.

미국인 A(여·34)씨는 “한국에는 저런 오토바이가 너무 많다. 저런 오토바이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도심을 난폭하게 오가는데 아무런 제지를 안하느냐”고 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과속·난폭 운전과 신호위반, 불법 개조 등이 도무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는다. 시민들이 빈번하게 오가는 충장로·금남로 일대를 무법자처럼 휘젓고 다니는가 하면, 도심 내 주요 도로에서도 신호나 차선을 위반하며 곡예운전을 하는데도 단속의 손길을 전혀 미치지 않고 있다.

과속을 해도, 불법 개조를 해도, 신호위반을 해도, 운전 행태가 바뀌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26일 광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2월까지 오토바이를 몰고가다 교통법규를 위반, 적발된 건수는 모두 442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385건)보다 늘었다.

안전모를 쓰지 않은 배달운전자가 26일 오후 광주시 동구 충장로 일대를 질주하고 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경찰이 적발한 위반 행위는 안전모 미착용이 234건으로 가장 많았고 신호위반(141건), 중앙선 침범(23건), 끼어들기나 난폭운전 등을 하다 적발된 안전운전 의무 위반(4건) 등이다.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위반 행위는 2017년 4133건에서 2018년 5014건으로 급증했다가 지난해 3626건으로 다소 줄었지만 올들어 다시 늘어나는 모양새다.

단속을 한다고 하지만 줄어드는 것 같지 않다는 게 문제다. 직장인 정모(39)씨는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질주하는 배달 오토바이를 보지 않고 넘어간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나마 불법 개조 분야는 아예 손도 못대고 있다.

현행 소음진동관리법에 따르면 이륜자동차의 배기소음은 105㏈, 경적소음은 110㏈을 넘어서면 안된다. 이를 위반 할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광주시 동구가 지난해 이같은 행위로 과태료를 부과한 사례는 전무하다. 서구, 북구도 마찬가지다. 밤에는 새벽 시간에도 찢어질듯한 굉음을 내며 아파트 단지를 질주하는데도, 경찰이나 구청은 고개만 흔들고 있다.

동구청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불법 개조해 굉음을 내는 오토바이를 적발하기란 불가능”하다며 “지난해 소음허용 기준치를 넘어선 오토바이를 적발하려다 직원 2명이 오토바이에 5m 이상 끌려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 등의 협조가 없다면 불가능하고 그나마 합동 단속을 나가더라도 휴대전화를 통해 단속 사실을 공유해 실효성이 없다는 게 구청 설명이다.

260cc 이하의 오토바이의 경우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배달 업체 오토바이 대부분이 80~100cc 급이라 점검 대상에서 제외된다. 소음기를 제거하고 머플러를 튜닝하는 불법 개·변조를 해도 점검할 기관이 없는 것이다. 교통 전문가들은 이같은 점을 보완할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환경부가 오는 2021년부터 50cc이상 중·소형 이륜차 역시 점검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지만 무등록 이륜차도 많다는 점에서 실효성을 거둘 방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한편, 광주경찰은 오토바이 단속에 들어갔다. 경찰은 사고 다발구간과 민원, 신고가 많은 장소를 중심으로 교통단속을 알리는 현수막을 설치하고 캠코더를 통한 영상단속도 시행한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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