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둔 땅 전남 ‘청정 블루 이코노미’로 뜬다
2020년 01월 23일(목) 00:00
[프롤로그 : 개벽을 위한 25년, 새롭게 쓰는 전남 미래]
비약의 시작점에 선 새 천년 전남
전라도 명칭 고려 현종 9년에 탄생
농수산물 풍부한 조선의 ‘보물창고’
개발독재 시대 성장 멈추고 소외
민선지사·도청 이전으로 본격 개발
새 천년 맞아 비약의 전환기 마련
신성장 분야 개척 세계의 중심으로

한전공대 설립 비전 선포 및 범시도민 지원위원회 출범행사가 지난 9월 25일 오후 나주 혁신도시 한국전력 한빛홀에서 열렸다. 김영록 전남지사를 비롯한 내빈들이 한전공대의 비전선포와 지원위원회의 출범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소외와 낙후의 대명사였던 전남이 전환기(epoch)를 맞았다. 전남은 해방 이후 개발독재시대 산업 발전과 경제 성장에서 철저히 소외됐다. 농어업 중심의 1차 산업, 연구·개발 기능 및 인재 없는 공장 중심의 2차 산업으로 근근이 버텨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5년 민선 1기 출범과 함께 시작된 ‘전남 개벽’을 위한 노력은 2020년 민선 7기에서 그 빛을 발하고 있다. 광주일보는 전남 개발 25년의 역사를 돌아보며, 미래 도약을 위해 필수적인 기반시설, 자원, 신산업단지 등을 점검한다.

농어업, 화학·제철공장 중심의 경제구조를 가진 전남이 민선 7기에 접어들면서 에너지·관광을 양축으로한 ‘청정 전남 블루이코노미’을 비전으로 삼아 도약에 나서고 있다. 한전공대의 유치와 함께 에너지밸리 조성에 나서고, 청정 자원을 철도·도로·항만·다리 등 기반시설로 엮으면서 관광산업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인재 양성, 기존 산업 경쟁력 향상, 농어업의 부가가치 증대 등의 과제 역시 함께 해결할 방침이다.

민선 7기에서는 특히 과거 숙원이었던 기반시설의 신규 설치 및 개선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그동안 정부부처의 국비 사업 명단에서 뒷전에 밀렸던 연륙·연도교, 경전선, 남해안철도, 호남고속철도, 광양항, 무안·흑산공항 등과 관련된 예산이 연이어 반영됐다. 2020년 국고예산 7조원, 전남 예산 8조원 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일제의 수탈·착취 대상 개발독재에서는 소외

일제강점기 수탈과 착취를 위해 설치된 전남도내 기반시설은 해방 이후 상당기간 방치되거나 일부 개선에만 그치면서 지역민은 불편을 감수하고, 외지인의 발길은 뜸할 수 밖에 없었다. 정부가 미래를 내다보는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외면하면서 민간기업들 역시 전남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대기업, 금융·유통·정보통신기업 등 청년층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없는 탓에 청년 인구는 떠나가고, 고령인구가 증가하는 농어촌지역의 쇠락은 갈수록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전라도(全羅道)라는 명칭은 고려 현종 9년(1018년) 만들어져 지난 2018년 1000년이 됐다. 전라남도는 1896년 8월 4일 칙령 제36호로 도입된 ‘13도제’로 탄생했다. 조선 8도 가운데 전라도, 경상도, 충청도, 평안도, 함경도를 남북으로 분리한 것이다. 노령산맥 이남이 전라남도, 그 위가 전라북도로 명칭이 바뀌었으며, 그 경계는 수차례의 변경 과정을 거쳤다. 올해로 전남은 124년이 됐다.

조선, 대한제국을 거쳐 일제강점기까지 전남은 ‘조선의 보물창고’로 불릴 만큼 농수산물, 공산품 등의 생산이 다른 도에 비해 압도적이었고, 인구 측면에서도 13개의 도 가운데 경상북도와 1, 2위를 다툴 정도였다. 한일 강제병합 1년 뒤인 1911년 전남의 인구는 165만3715명으로, 경북(166만9775명)으로 두 번째였지만 30년 뒤인 1941년 265만6543명으로, 경북(248만783명)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일제강점기 전남은 농수산물은 물론 전국 최대 면화재배지였다.

1924년 발간된 ‘전라남도의 공업’은 “1910년 전남의 공업 생산액은 106만1000원에 불과했으나 그로부터 13년 뒤인 1923년에 그 67배에 이르는 7094만2464원에 달했다”고 적고 있다. 양잠업을 필두로 죽세품, 정미, 기계제작, 제지 등 당시로서는 ‘첨단산업’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일제는 이러한 생산품을 일본 본국으로 가져가는데 목포와 여수 등을 거점항구로 했던 것이다. 그러다가 생산된 면화를 가공하는 방직·방적공장을 광주·전남에 설치하기 시작한 것이 1910년대 후반부터다.

하지만 인구 최대 거주지이면서 최고의 생산지이기도 했던 전남에 철도, 상하수도 등 도시기반시설은 더디게 설치됐다. 일본과 가까운 부산, 대구 등을 중시한 일제가 재원과 물자 부족 속에 선택한 전략 탓이었다. 수도 경성과 부산을 잇는 철도 경부선이 1905년 개통됐지만 경성과 목포를 잇는 호남선은 그로부터 9년 뒤인 1914년에야 준공된 것은 이 같은 맥락이다. 전남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다시 말해 ‘수탈’해 갈 것이 급증하면서 이들은 서둘러 철도를 놓았고, 전남에 거주하는 일본인의 편의를 위해 상하수도 등 시설을 설치해나갔다.

해방 이후 개발독재시대 압축성장 과정에서 전남의 개발 및 발전은 ‘거의 멈춤’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호남선이다. 호남선 복선화(대전~목포)는 1978년 시작돼 무려 25년만인 2003년 완료됐으며, 호남고속철도는 1단계(오송~광주송정)가 2015년, 2단계(광주송정~목포)는 올해 착공해 2023년에야 완공된다. 경부선은 1939년 복선화되고, 경부고속철도 1단계(서울~대구)가 2004년, 2단계(동대구~부산)는 2010년 개통했다.



1995년 민선 지사 취임, 2005년 도청 이전과 함께 개발 본궤도

1995년 민선지방자치시대가 열리고, 민주화와 함께 수도권, 영남권 중심의 국토개발에서 지역균형발전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전남 개발 시대가 열렸다.

‘불편’을 해소하는 차원의 ‘찔끔’ 수준에 그쳤던 정부가 전남에서 대규모 사업, 프로젝트 등을 본격 추진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그러나 2000년대 이전에는 대도시인 광주광역시를 중심으로 기반시설이 설치됐으며, 전남의 본격 개발은 도청의 남악 이전이 기폭제가 됐다.

2005년 11월 11일 전남도청 및 유관기관이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 일대로 이전하면서 남악신도시가 조상됐다. 개발면적 363만3000㎡에 3만3000명을 수용하는 남악지구는 2013년 준공됐으며, 276만7000㎡의 개발면적에 2만4670명이 거주할 수 있는 오룡지구는 오는 2021년 사업이 완료될 예정이다. 2007년 무안공항 개항도 전남 발전에 핵심 요소다.

남악신도시 개발과 함께 2012년 여수엑스포는 여수를 비롯한 전남 동부권을 일약 관광거점으로 거듭나게 했다. 1993년 대전 엑스포 이후 19년만에 열린 BIE 공인박람회(인정박람회)로, 105개국 10개 국제기구가 참여했다. 도로·항만·철도 등 기반시설과 함께 주제관 등 다양한 편의시설들이 일시에 갖춰졌다. 2013년에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도 열렸다.

2015년 나주시 빛가람동 일원 246만1000㎡에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 들어섰다. 광주·전남 상생의 상징이자 전국 유일의 공동조성 혁신도시인 빛가람혁신도시에는 한국전력공사, 한국농어촌공사 등 15개 공기업이 자리를 틀었으며, 이로 인해 전남도는 한전공대 유치, 에너지밸리 조성, 에너지신산업 유치 등에 나설 발판을 마련했다.



2020년 민선 7기 새비전 청정 전남 블루 이코노미에 주목

민선 7기 전남도는 전남의 새천년을 밝힐 새로운 미래 비전으로 ‘청정 전남 블루 이코노미’를 선포했다. 2019년 4월 ‘에너지신산업 허브’ 비전 선포를 시작으로 ‘그린수소 메카’, ‘글로벌 전남 관광 시대 개막’, ‘새천년 인재육성 프로젝트’ 비전을 각각 선포한 뒤 이를 종합해 ‘청정 전남 블루 이코노미’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전남의 풍부한 청정 자원, 역사·문화자원에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 미래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블루 이코노미를 통해 ‘환황해 경제의 중심축’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블루 에너지’, ‘블루 투어’, ‘블루 바이오’, ‘블루 트랜스포트’, ‘전남형 스마트 블루 시티’ 등 5개 분야별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올해 국비 7조1896억원을 확보하는 등 사상 최초로 국고예산 7조원, 전남 예산 8조원 시대를 열었다. 숙원사업이었던 여수 화태~백야, 신안 압해~목포 율도·달리도~해남 화원을 잇는 연륙·연도교 건설사업, 목포와 보성을 잇는 남해안철도, 보성~순천 경전선 구간,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 광양항 세풍산단 부지매입, 광양항~율촌산단간 연결도로, 낙포부두 리뉴얼 사업 등도 가능해졌다. 올해는 한전공대 설립 지원, 남해안 신성장 관광벨트 조성사업 국가계획 반영, 서남해안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 여수 유치, 전남도 내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등 의과대학 유치, 4세대 원형 방사광가속기 나주 산학연 클러스터 유치 등에 나설 예정이다.

2020년, 전남이 이들 목표를 순조롭게 추진해 비약의 전환기를 마련할 수 있을 지 주목받고 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지금까지 전남이, 도민이 바라는 숙원사업들이 하나씩 해결돼 가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며 “민선 7기가 제시한 ‘청정 전남 블루 이코노미’를 힘차게 추진해 전남이 세계에 우뚝서는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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