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의 미
2019년 11월 26일(화) 04:50
국회에 전운(戰雲)이 다시 감돌고 있다.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에 올라탄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자동 부의(附議) 시점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 설치안 등 검찰 개혁 법안도 다음달 3일 본회의에 부의된다.

하지만 여야의 협상은 별다른 진전이 없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유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할 경우 ‘여야 4당+1’(민주당·정의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공조 체제 안에서 해법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황교안 대표가 단식 투쟁에 나서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의원직 총사퇴와 필리버스터 카드 등을 거론하며 ‘결사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좀처럼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여야의 극적인 합의가 없다면 문희상 국회의장은 다음 달 10일을 전후해 선거법 개정안 등 패스트트랙 법안들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上程)할 가능성이 크다. 다음 달 17일 내년 총선 예비 후보 등록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결국 정면충돌하면서 ‘동물 국회’가 재연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목전에 두고 있는 여야가 정치적 부담을 피하기 위해 협상의 실마리를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를 반영하듯,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한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협상의 끈은 놓지 않겠다”며 합의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다당제로 시작된 20대 국회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는 ‘낙제점’이다. 촛불 혁명과 대통령 탄핵 등 역사의 현장을 관통했던 20대 국회는 정쟁을 거듭하며 새로운 시대를 열어 가지 못했다는 평가다. 단식·삭발에 장외 집회는 물론 여야 의원들의 몸싸움까지, ‘동물 국회’의 구태를 재연하기도 했다. 여기에 법안 처리율은 31%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무기력한 ‘식물 국회’의 모습도 보여 왔다.

경제·안보·외교 등 모든 것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민생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20대 국회 막판에 여야가 모두 한 발짝씩 물러나는 지혜를 발휘, ‘유종(有終)의 미(美)’를 거두었으면 한다.

/임동욱 서울취재본부장 tuim@

실시간 핫이슈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