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몸’ 전현숙 크로키전
50여 작품 18일까지 자미갤러리
2019년 10월 11일(금) 04:50
전시장에 들어서자 바흐의 ‘무반주첼로곡’이 흐른다. 전현숙 작가가 평소 작업할 때 자주 듣는 음악이다. 묵직한 선율 사이로 보이는 건 마치 춤을 추듯 다양한 몸짓을 보여주는 크로키 작품들. 단순화한 선과 점으로 표현해낸 크로키엔 한 인간의 감정과 세월이 그대로 담겨 있다.

자미갤러리가 2019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기념 기획전으로 전현숙 작가를 초청, 오는 18일까지 전시회를 열고 있다. ‘춤추는 몸’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 전 작가는 배접한 한지 위에 그린 50여점의 크로키와 설치 작품 등을 전시한다.

예쁘고 아름다운 몸보다는 세월이, 감정이 묻어나는 몸에 마음이 간다는 전 작가의 크로키 작품은 강인하고 힘이 넘친다. 작가는 손가락 굵기의 대나무를 골라 펜촉처럼 끝을 뾰족하게 깎고 소금물에 한 번 삶은 후 먹을 찍어 바르며 순간적으로 빠르게 그려나간다. 의도된 계산으로 먹을 뿌려 또 다른 느낌도 만들어낸다.

전 작가는 10여년전부터는 광주시립미술관 문화센터에서 매주 한 차례씩 수강생을 가르치며 함께 작업을 하고 있다. 4년 전부터는 서울에서 매주 다른 모델을 초청해 드로잉 작업을 한다. 모델이 하나의 포즈를 취하는 시간은 2분~5분 정도. 짧은 순간 즉흥적으로 남과 여의 인체를 묘사해 나간다.

화려한 색감의 인물상으로 잘 알려진 전 작가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이들은 ‘크로키 작품’에 주목한다. 1994년부터 크로키를 해온 전 작가는 ‘황토 드로잉회’ 창립멤버이기도 하다. 그림 그리기를 중단했던 자신을 다시 그림판으로 끌어낸 박수만 작가와 함께 크로키를 했고 1999년 첫 개인전을 당시로는 드물게 크로키로 진행했다.

“크로키의 매력은 현장감입니다. 그날 모델과 교감이 잘되고, 음악, 날씨 등 모든 것이 딱 맞아떨어질 때면 마음에 맞는 작품이 나와요. 거기서 오는 어떤 희열이 있죠. ‘자기 그림이 자기 스승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망쳤다고 생각하는 그림도 허투로 버리지 않고 간직하며 늘 되새겨 봅니다.”

눈에 띄는 건 설치 작품이다. 평면 크로키 작품만을 보여주는 단순함에서 벗어나 입체감을 살리기 위해 드로잉을 인쇄한 투명한 필름 24장을 매달아 ‘연속 동작처럼’, ‘춤추는 것처럼’ 배치했다. 또 화면을 위 아래로 분할해 누드 크로키와 먹으로 까맣게 칠한 공간을 배치한 작품도 인상적이다.

“크로키 작업은 20년 넘게 해왔지만 늘 새롭고 힘들어요. 화면 안에 모델과 나의 감정을 순간적인 선으로 그려넣는 과정이거든요. 나이를 먹으면 감정도 변하고 몸도 변하죠. 크로키는 아름다운 ‘선’(線)을 그리는 걸 넘어 ‘감정’을 그리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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