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칼럼-이정훈 변호사] 노인과 함께하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자
2019년 06월 24일(월) 04:50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다. 통계청 전망에 따르면 내년부터 10년간 노인 인구는 매년 평균 48만 명씩 증가하는 반면 같은 기간 생산 가능 인구(15~64세)는 연 33만 명씩 줄어들고, 2019년 769만 명인 노인 인구는 2025년에는 1051만 명으로 급증한다. 따라서 노인 복지 문제는 저출산과 함께 현재 우리 사회의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오히려 주변에서는 노인분들을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고령 인구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다는데도 도무지 오며 가며 주변에서 뵙기가 힘들다. 필자의 어린 시절이었던 1980년대만 해도 동네 마을에는 노인, 즉 어르신들이 참 많이 계셨다. 숫자가 많기도 했거니와 어르신들은 모두 생활의 달인으로서 특기가 하나씩 있었다. 한자에 능통하신 어르신은 마을 아이들의 ‘훈장님’이 되어주기도 하고, 탁월한 균형 감각을 가진 어르신은 마을 내 갈등을 중재하는 ‘해결사’ 내지 ‘심판’이 되어 주는 등 다들 마을에서 존재감을 과시하며 나름의 역할을 하셨다.

의학의 발달 및 운동의 생활화로 60대 분들이 어느덧 본인과 사회가 이들을 노인으로 보지 않는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광주 도심이나 외곽 가리지 않고 즐비해 있는 요양 병원 등 노인 복지 시설을 목도하고 나니 어르신들이 마을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 ‘시설’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르신들이 현재 살고 있는 마을에서 충분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세대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일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노인 실태 조사 결과 노인의 89%는 건강하다면 현재 집에서 거주하기를 희망하고 58%는 거동이 불편하더라고 재가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사는 집에서 계속 살기를 희망하였다.

즉, 대다수 노인들이 현재 살고 있는 마을에서 복지 서비스를 받고 싶어 하고 있다. 이 통계가 시사하는 바는 어르신들을 시설이 아닌 마을로 유인할 수 있는 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그 고민은 ‘마을’ 중심의 복지 체계 개편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시작점은 바로 경로당이다. 1300여 개의 경로당이 있는 광주의 면적을 살펴보면 약 500㎢로, 반경 300~400m마다 경로당이 하나씩 있는 셈이다.

기존에 있는 마을 경로당을 노인 복지 서비스 제공의 ‘풀뿌리’ 거점으로 변모시켜야 하며, 어르신들이 활기찬 노후를 누릴 수 있도록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또한 지속적인 시설 개보수를 통해 인근 어르신들이 찾아가고 싶은 경로당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또한 무분별한 도시 개발보다는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마을의 편의 시설과 도로, 도서관, 커뮤니티센터 등 공공 시설을 보완하여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동네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노인 복지는 문제가 아니라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정년으로 근무했던 풍부한 사회 경험을 토대로 동네 마을 역사 해설사, 문화 해설사를 하거나 동네에서 영유아 보육, 책 읽어주기를 하는 등 오히려 지역에서 요구하는 여러 사업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는 아프리카 속담이나 ‘집 안에 노인이 없거든 빌려라’라는 그리스 격언이 있듯이 어르신들의 경륜과 지혜는 우리의 소중한 자산이다.

지자체에서도 노인 문제에 무관심한 것만은 아니다. 광주 자치구 중 남구는 효사랑 남구를 내세우고 있고 노대동에는 노인 복지 타운이라는 큰 시설이 있다. 우리 모두 어르신을 적극적으로 포용하여 노인과 함께 하는 행복한 마을 공동체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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