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로 띄우는 그림편지Ⅳ] <13> 이탈리아 루카-신호윤
수백 년 된 성곽도시에서의 비엔날레 흥분되네
2018년 11월 29일(목) 00:00

이탈리아 루카 비엔날레에서 만난 영국 작가 제임스의 ‘자화상’은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고 조각을 통해 희망을 얻은 그의 삶이 담긴 설치미술이다.

전시가 잡히고 지원을 해줘야 타 지역 전시가 가능했던 가난했던 시절의 버릇이 여전히 남아, 남들은 쉽게 가는 해외 여행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전시 일정이 확정되면 핑계 삼아 여행도 하는 저에게 이번 이탈리아 루카 비엔날레 참여는 매우 흥분되는 일이었습니다.

이탈리아 루카(Lucca)는 중부 토스카나 지방의 소도시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피사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도시입니다. 푸치니의 고향으로 음악가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도시이지만, 유럽에서 처음으로 대량생산 방식을 통해 종이를 제작하기 시작한 곳으로, 이를 근거 삼아 페이퍼 비엔날레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성곽도시인 루카는 성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성벽 안 도시는 수백년 된 도시의 원형이 대부분 남아있었습니다. 루카 비엔날레는 이 도시 안 곳곳을 활용합니다. 건물 내·외부에 종이를 소재로 한 작품을 설치·전시하고, 다양한 종이 관련 워크샵, 세미나도 진행합니다. 저는 200년이나 되었지만, 지금도 일부에서는 장사를 하고 있는 재래시장의 천장에 작품을 설치하였습니다.

이탈리아 루카 비엔날레 아티스트 파티가 열린 숲속 풍경.
전시작들은 모두 흥미로웠는데 특히 저에게 뭉클한 감동을 주었던 건 영국에서 온 제임스의 작품이었습니다. 그는 자화상을 야외에 설치했습니다. 사고로 다리를 잃은 그는 좌절의 세월을 보내다 우연한 기회에 미술을 접하게됩니다.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불편함을 극복하고 조각이라는 장르를 택한 그는 조각 재료들이 대부분 무겁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재료로 골판지를 선택하고 줄곧 같은 소재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그는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제작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자 했습니다. 저 또한 그의 열정이 가득한 모습에 자극받게 되었었죠. 그는 다리를 잃었지만, 조각을 시작하며 희망을 찾았고, 그 희망을 관객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는 저와 함께 이번 비엔날레에서 ‘Lifetime achievement award’ 를 수상했습니다.

전시 설치가 끝나고 진행된 전야 아티스트 파티는 성벽과 함께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숲에서 진행되었습니다. 루카에서는 자전거를 빌릴 수 있어서, 자전거로 성곽을 돌아보았는데, 1시간여 정도 걸리더군요. 어둑어둑한 밤의 숲 속 조명 아래에서 벌어진 이 근사한 파티는 마치 판타지 영화에서나 볼법한 풍경이었습니다. 거기에 와인, 하몽 그리고 치즈가 넘쳐났습니다.

저는 일정이 끝나고 하루를 더 연장해 머물기로 했습니다. 집에 로스터 기계를 비치해 놓을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는 제가 꼭 가봐야 할 곳이 있었습니다. 커피광의 성지, 카페의 원조, ‘카페 그레코(greco)’였습니다. 250년 된 이 카페는 현대 카페의 원형이라고 해도 무방한, 지구상에서 문을 연 첫 번째 현대식 카페입니다. 내부의 장식 또한 그때 그 장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고 화장실과 주방만 최신식으로 꾸몄습니다.

2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카페 그레코’.
다들 아시다시피 이탈리아는 와인만큼이나 에스프레소를 사랑하고 자부심이 대단하죠. 가격도 착해서 보통의 카페에서 1~2유로면 너무나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습니다. 어떤 이는 피자와 파스타를, 어떤 이는 와인이나 젤라또를 이야기하지만, 저는 아주 조심스럽게 에스프레소를 추천합니다. 정말 어디를 가든 맛있습니다.

‘카페 그레코’의 커피는 대단히 고급스런 맛이었습니다. 한잔 더 마시고 싶었지만, 한잔에 무려 10유로라는 사실에 쉽사리 엄두가 나지는 않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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