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빛의 타워’에 대한 단상
2018년 07월 04일(수) 00:00
지난달 중순 일본의 공공도서관을 취재하기 위해 후쿠오카에 다녀왔다.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도시여서인지 시내버스의 한국말 안내와 식당의 한글판 메뉴까지 관광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었다. 수많은 명소 가운데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핫플레이스는 단연 모모치 해변의 후쿠오카타워였다. 평일 한낮인 데도 바다와 타워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이들이 많았다.

1989년 모모치 해변에 세워진 234m높이의 타워는 후쿠오카 워터프론트지구의 아이콘이다. 8000여 장의 유리로 마감된 건물은 내부에서도 얼마든지 외부의 화려한 야경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특히 지상으로부터 116m, 123m 지점에 있는 전망대에 서면 푸른 빛의 모모치 해변과 하카타만(灣)의 아름다운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1982년 해안을 인공적으로 매립해 거대한 수변지구를 조성한 후쿠오카시는 타워가 들어서면서 막대한 관광수익을 올리고 있다.

사실 외국의 문화도시에는 뛰어난 건축미를 자랑하는 랜드마크가 많다. 상하이의 동방명주, 파리의 에펠탑,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스페인의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등은 국제적인 명성을 자랑한다. 이 때문에 국내 각 지자체는 관광객 유치와 도시 브랜드 효과를 노린 랜드마크를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민선 7기를 맞은 광주시 역시 마찬가지인 듯 하다. 이용섭 시장은 취임전 인수위원회 성격의 광주혁신위원회를 통해 518m 높이의 ‘5·18 빛의 타워’(이하 5·18타워) 건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역사적 조형물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광주다움을 보여주기 위한 ‘5·18타워 카드’는 기대 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물론 초대형 스케일의 5·18 상징탑은 도시 이미지를 높이고 관광객을 끌어 들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과연 이 거대한 탑이 민주·인권·평화라는 광주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지, 500m가 넘는 탑을 설치하는 데 소요되는 수천억 원의 사업비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한 두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랜드마크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한때 화려한 건축물이 대세였지만 천문학적인 예산과 무분별한 개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주변경관과 시민소통을 배려한 ‘공적 공간’이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송하엽의 ‘랜드마크:도시를 경쟁하다’중에서). 폐선부지를 ‘문화적으로’ 되살려낸 뉴욕의 하이라인파크나 수명 다한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한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이 후자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만약 광주다움을 상징하는 랜드마크를 찾는다면 광주의 거리를 돌아보라. 폐선부지에 문화를 접목한 ‘푸른길’에서 부터 세계적 거장의 조형물인 30개의 광주폴리 등 숨겨진 보석들이 많다. 구슬을 엮어서 ‘브랜드’로 만들려는 시의 의지와 관심이 부족한 것이지, 잠재력을 갖춘 랜드마크는 가까이에 있다.

〈제작국장·문화선임기자〉

실시간 핫이슈

많이 본 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