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만 참여자치21 사무처장] 독립적인 지역 갈등 해결 기구가 필요하다
2018년 06월 05일(화) 00:00
필자는 지난달 국무총리 비서실에서 주관하는 시민사회단체 정책 연수 참가자로 선발되어 미국과 캐나다를 다녀왔다. 연수 주제는 국가 정책 결정에서 공론화 과정과 방법 및 모범 사례를 탐구하는 것이었다. 모두 7곳의 기관을 방문했는데, 그중에서 시민배심원제(Citizen‘s Jury)를 처음 창안한 미국 미네소타주 제퍼슨 센터(Jefferson Center)와 대규모 환경 관련 사업을 확정하기 전에 시민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캐나다 퀘벡주 정부 기구인 BAPE(Bureau d’Audience Publique sur L‘environnement)가 인상적이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모두 특정한 공공 정책과 사업이 초래할 사회적 갈등을 시민의 참여를 통해 완화하거나 해결하는 기관들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를 실시했고, 대입제도 개편 공론화를 준비하고 있다. 다수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의견이 상충되는 의제에 대해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 깊이 생각하고 토론해 결정하는 숙의(熟議)민주주의 실험이다. 이러한 제도는 시민들의 참여와 투명한 정보 제공, 집단 토론과 의견 수렴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창출함으로써 무엇보다 선제적으로 갈등을 예방하고 해결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

우리 지역에는 해묵은 현안들이 많다. 도시 철도 2호선 건설, 어등산 관광단지 조성 사업, 군공항 이전, 2020년 공원일 몰제에 대비한 도시 공원 민간 특례 사업 등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시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고 의견이 찬반으로 갈려 현재 갈등을 빚고 있거나 잠재적인 갈등 사안들이다. 광주시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시행하거나 무작정 대안 없이 지켜만 보고 있을 사안이 아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상호 이해와 공감으로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공론화를 통해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시키고 광주 시민의 건전한 상식에 기초하는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 해결해 나가야 한다.

며칠 후면 지방선거가 실시된다. 새로 광주 살림을 책임지는 민선 7기 광주시장에게 한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해묵은 지역 현안들을 공론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상시적이고 독립적인 갈등 해결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일회적이고 형식적인 시민 참여와 관 주도의 일방적 홍보만으로는 더 이상 ‘뜨거운 감자’를 삼킬 수도 뱉을 수도 없다. 촛불 집회 시민들은 대의제 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적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새로운 방식으로 시민을 참여시키고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해 민관 갈등을 줄이고 행정의 신뢰를 높여가야 하는 시대다.

중앙 정부뿐 아니라 지방 정부도 벌써 지역 갈등을 공론화를 통해 해결하려 하고 있다. 대전시는 최대 갈등 현안 중 하나인 ‘월평공원 민간 특례 사업’에 대한 시민여론 수렴과 공론화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중립적인 제3의 갈등 전문 기관이 시민 여론을 수렴하고 시나리오 워크숍과 타운홀 미팅, 전문가 토론회를 진행하며 최종적으로 시민을 대표하는 시민 참여단을 선정, 숙의 과정을 통해 월평공원 조성에 대한 로드맵을 수립할 계획이다.

다시 우리를 보자. 우리 지역 최대 현안인 도시 철도 2호선 건설 문제를 이러한 새로운 방법으로 공론화를 거쳤다면 어땠을까? 시민의 삶의 질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도시 공원 특례 사업을 대전처럼 공론화를 할 수는 없었을까? 그랬다면 당장 시행은 늦어지고 공무원들은 머리가 아팠겠지만, 확언하건데 지역 사회 갈등은 최소화되고 공정성이 확보되어 시민들은 그 결정을 수용하고 광주시는 신뢰를 얻었을 것이다.

이제라도 늦지 않다. 민선 7기 새로운 시장은 지역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고, 시민이 직접 참여를 통해 지역 현안을 공유해 결정짓고 평가하는 독립적이고 상시적인 (가칭)광주공공정책결정위원회(GPPRC, Gwangju Public Policy Resolution Commission)를 신설해야 한다. 그리하여 사안별로 광주형 공론화를 시행해 시민의 뜻과 힘을 모으고, 광주 민주주의의 정원을 더욱 풍성하게 가꾸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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