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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단이 길

2017. 08.29. 00:00:00

목포 출신 극작가 차범석(1924∼2006) 선생은 7년 동안 구상한 작품 한 편을 2003년 세상에 내놓는다. 바로 ‘옥단어!’다. 작품은 같은 해 12월 이윤택 연출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 무대에 올려졌다. ‘옥단어!’는 목포 사람들이 ‘옥단아!’라고 부르는 호칭의 사투리 발음이다. 그렇다면 옥단이는 누구일까?
“옥단이는 실존 인물이에요. 물지게를 지고 조선인들이 살던 북촌에 물을 길어다 주고 돈을 얼마씩 받는 물장수였어요. 일본 경찰에게 모진 고문을 당해 정신이상이 됐다고 합니다.” 조대형 전남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이다. 일제강점기 당시 유달산 남쪽 매립지인 남촌에는 일본인들이, 유달산과 목포역 사이 비탈진 북촌에는 조선인들이 주로 모여 살았다. 남촌은 반듯반듯한 격자형 도로와 생활 편의시설을 갖추었지만 북촌은 상·하수도와 위생 시설이 전혀 없다시피 했다.
현재 북촌 일대는 행정동 통합에 따라 목원동으로 이름을 바꿨다. 목포역에서 유달산 노적봉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두 발로 걷는 ‘뚜벅이 역사 여행’이다. 목포시는 2014년 국토부의 도시 재생 선도 지역 사업에 선정되면서 목원동에 ‘옥단이 길’을 조성했다.
옥단이 길은 크게 ‘목마르뜨(목포+몽마르뜨) 거리’, ‘구름다리 거리’, ‘김우진 거리’로 나뉜다. 물지게를 진 옥단이 형상을 한 안내판을 따라 골목길을 걷다 보면 100년 전 목포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하다. ‘찰방찰방’ 물지게를 진 옥단이가 길모퉁이에서 불쑥 나타날 듯싶다. 옥단이는 식민 시대를 산 조선인을 상징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길을 걷다 보면 또 고은 시인과 전남대 상대생이었던 박재철(법정 스님의 속명)이 운명적인 첫 만남을 가진 정광정혜원을 비롯해 차범석·이매방·김우진의 흔적과 마주친다. 한국전쟁 이후 콩나물을 길러 인근 시장에 팔았다는 ‘콩나물 동네’ 등 목포의 생생한 역사가 골목길마다 배어 있다.
오늘은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던 107주년 ‘경술국치일’(庚戌國恥日)이다. 목포 여행을 가거든 목포 근대역사관(옛 일본 영사관)뿐만 아니라 ‘옥단이 길’을 찾아 식민 시대의 아픈 역사를 돌아보는 것도 좋겠다.
/송기동 예향부장 s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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