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순 이양 묵곡 마을숲 - 묵곡1구마을회 김금심 이장]‘이방인’ 품어준 마을 위한 보은의 숲
2016년 10월 20일(목) 00:00

김금심 묵곡1구 이장이 주민들과 함께 내년이면 피어날 벚꽃을 고대하며, 도로를 걷고 있다.

마을은 한참 멀다. 장치저수지를 건너 마을까지 가려면 수 ㎞를 더 가야한다. 하지만 마을주민들은 이 먼 곳에 벚꽃을 심었다. 좋은 마을을 찾아오는 외지인들을 반기는 주민들의 진실한 마음을 담은 것은 물론이다.

지난 2012년 끝난 한국농어촌공사의 장치저수지 둑높이기 사업으로 인해 마을 입구 도로가 물에 잠겨 새롭게 우회도로를 만들어 이제 4년여가 지났다. 벚나무를 심은 곳은 이 새로운 도로다. 298억여원을 투입한 이 사업으로 둑이 15.3m에서 24.5m 높아지면서 수대째 내려온 논·밭과 가옥 등이 물에 잠겼다. 묵곡교에서 내려다보면 여전히 도로와 주택 일부가 눈에 들어온다.

여기서 한참을 걸어가면 묵곡 1구가 나온다. 26호 40여 명의 주민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현장에 갔더니 주민 10여 명이 모두 묵곡교까지 나와 낯설어하는 이방인들을 정겹게 맞았다.

‘숲 속의 전남’ 사업의 주민참여숲 공모에 적극적으로 나선 이는 마을 이장 김금심(여·57)씨였다.

사실 그녀는 광주 출신이며, 즉 ‘이방인’이다. 광주에서 남편을 만나 부부가 된 뒤 도시 적응에 어려움을 겪던 남편의 권유로 이 마을을 찾은 것이 31살 때다.

도시처녀였던 김 이장이 26년을 억척스럽게 살며 2남2녀를 낳아 길러 시집·장가보내고, 8년 전에는 남편도 유명을 달리했지만, 여전히 마을을 지키고 있다.

“이웃들이 하나둘 챙겨줘서 적응할 수 있었어요. 고마울 따름이죠. 고생은 말도 못하게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다 추억이더라고요. 이 마을에 산다는 것이 행복이고 축복입니다.”

그녀와 주민들은 외지에 나갔다가 마을에 들어올 때마다 새로 생긴 도로가 너무 삭막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누구에게나 보여주고 싶은 마을인데, 입구는 그러한 마을 풍경과 거리가 멀었다.

마침 참여 의지가 있다면, 어디가 됐든 지원을 받아 나무로 꾸밀 수 있는 사업이 있다고 해 주민들이 적극 나섰다.

“40여 명 주민 모두가 나와 나무를 심었습니다. 내년 봄에는 벚꽃이 피고 아름다운 우리 마을을 찾아오는 사람들도 늘겠죠. 감사한 마음으로 마을 어르신 더 잘 모시고 묵묵이 이 마을에서 살아가렵니다.”

김 이장과 주민들의 마음에는 이미 벚꽃이 만개했다.



/윤현석기자 chadol@kwangju.co.kr

/사진=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마을숲 정보

-주소:화순군 이양면 묵곡리 704 일원

-면적:3850㎡

-내역:벚꽃나무 300그루, 관목 3000그루, 초화류 2000그루, 벤치 등

-장소:장치저수지 주변

-목적:경관 조성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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