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2016년 07월 04일(월) 00:00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생명을 입 속에 넣는 듯한 느낌을 준다. …중략… 뚝배기째 테이블에 올라온다. 펄펄 끓는 우윳빛 수프 안에 닭은 마치 거대한 바위산처럼 솟아올라 와 있다.”

짧은 표현이지만 무슨 음식인지 눈치챘을 것이다. 한국인이면 누구라도 좋아하는 삼계탕이다. 앞서 인용한 대목은 일본 소설가 겸 영화감독인 무라카미 류(村上龍)가 32가지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중의 일부다.

삼계탕의 기원에 관한 정확한 기록은 없다. 다만 고려시대에 삼계탕과 비슷한 음식을 원기 회복 음식으로 먹었다는 설이 있다. 또 1542년 경북 풍기 군수 주세붕이 소백산에서 산삼 종자를 채취, 주민들에게 재배토록 한 기록이 있다. 그 이후 풍기는 인삼으로 유명해졌고, 인삼이 많다 보니 닭과 인삼을 끓인 음식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도 있다.

삼계탕을 정확히 묘사한 기록으로는 조선 말기 개화파 김윤식의 저서 ‘속음청사’에 보인다. 닭에 인삼을 넣고 푹 고운 삼계고(蔘鷄膏)란 이름이 나오는 것이다. 이어 1910년 ‘조선요리제법’에는 닭국이란 이름으로, 1924년 발간된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서는 계탕(鷄湯)으로 소개되고 있다.

오래된 음식인 듯하지만 삼계탕(蔘鷄湯)이라는 명칭이 생긴 지는 50여 년밖에 되지 않는다. 애초 ‘닭국’ 혹은 ‘백숙’이라고 불렸으나 한국전쟁 이후에 인삼의 효능을 강조하기 위해서 처음으로 ‘삼’(蔘) 자를 넣어 ‘계삼탕’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그러던 것이 외국인이 많은 대사관이나 미군 주둔지를 중심으로 1960년대부터는 아예 ‘삼’ 자를 앞에 내세워 ‘삼계탕’으로 바꿔 불렀다.

이는 우수성이 널리 알려진 한국 인삼을 이용해 외국인에게 다가가기 위한 음식점들의 전략이었다. 이로써 건강 음식이라는 이미지에 고급 음식이라는 느낌까지 더해져 인기가 상승했다고 한다.

전남산(사조화인코리아) 삼계탕이 며칠 전 처음으로 중국 수출길에 올랐다. 삼계탕이 K뷰티(한국화장품)나 김치처럼 한류를 이끄는 명물이 되길 바란다.

/채희종기자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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