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대 한새봉두레 사무국장]건강한 녹색도시를 위해
2015년 11월 10일(화) 00:00
일종의 의식이었음을 문득 깨닫는다. 잠들게 하는 의식. 의식이 이루어지는 동안 달이 차오른다. 블랙홀처럼 깊게 빨려들어가는 어둠 이후에 화이트홀처럼 폭발적으로 확장돼 퍼져나가는 무한 창조의 세계를 달빛이 몽롱하게 비춰준다. 벼가 잠든 이후에 벌어지는 벼의 무의식의 세계. 벼는 그렇게 몽롱해진다.

여섯 시간 동안 이루어진 298번의 반복된 엮음과 걸침, 그리고 걸음(볏단으로 벼를 말리는 작업의 과정)이 휴면기에 들어가는 벼를 위한 의식이었음을 달이 떠오르는 순간 깨닫는다.

낫으로 베어진 벼는 건조되면서 휴면기에 들어간다. 벼는 잠에 빠져들며 씨앗이 되는 꿈을 꾼다. 또 벼는 잠에 빠져들며 그 무엇의 생명을 잇는 에너지가 되는 꿈을 꾼다. 우린 매 끼니 한 공기의 밥을 바라보며 벼의 꿈을 공감해볼 일이다.

우리를 활동하게 하는 에너지원인 밥에 대한 이야기다. 100g의 밥 한 그릇은 벼 세 포기에서 나온다고 한다. 또 벼 세 포기가 자라는 데서 올챙이 35마리가 자라난다. 밥이 여러 생명을 살리는 셈이다. 한새봉 개구리논(광주시 북구 일곡동 주민조직인 한새봉두레를 중심으로 2009년부터 이곳에서 주민들이 모여 벼농사를 짓고 있다)에서 주민들은 이런 이야기를 만나고 있다.

한새봉 개구리논은 용전들녘을 사이에 두고 영산강과 인접해 있다. 개구리논에 오는 원앙과 고라니, 백로들이 영산강에서 용전들녘을 거쳐 오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용전들녘은 개구리논과 영산강을 잇는 중요한 생태통로이다. 이러한 생태 연계체계가 녹지를 보전하고 증진하는 키워드임은 행정에서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은 시가 영산강 주변의 농경지를 활용해서 하천과 천변 녹지, 주변 공원녹지와의 연계체계 강화를 구상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최근 광주시에서 개구리논 일대를 한새봉 농업생태공원으로 조성했다. 한새봉 근린공원 내 논 습지를 보전하는 차원에서다. 2008년 제10차 람사르 총회에서 ‘논습지 결의문’이 채택(논이 습지로 채택된 가장 큰 이유는 논의 생물다양성 때문)되고 난 후 광주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이다.

그러나 이 최초의 일이 잘 정착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시는 공원 조성만 해놓고 이후의 관리·운영에 대한 어떠한 계획도 내놓고 있지 않다.

하나의 공원녹지 연계지점을 주민들이 직접 나서 알리고 보전하는 데 힘을 써 왔다면 그것들을 엮는 것은 관에서 정책적으로 풀어가 줘야 한다. 관에서는 개구리논이 도시공원이라는 이유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안에서만 머물러 있는듯한 인상을 준다. 한새봉 농업생태공원은 여기서 더 확장되어야할 필요성이 있다.

한새봉 농업생태공원은 도시 사람들이 와서 농사를 짓는 것과 더불어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확장시켜 나가야 할 공원이기 때문이다.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과 이 법률에 근거한 제3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 등이 광주시를 움직일 수 있게 하는 근거이다.

광주는 도시별 도시생물다양성 평가에서 우리나라 7대 광역시 중 꼴찌다. 꼴찌인 이유는 평가 자료가 없어 ‘0’점 처리된 지표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이 ‘0’점 중 생물다양성 관련 ‘기관 역량’과 ‘참여와 파트너십’은 눈여겨볼 일이다.

민관협력을 통해 한새봉 농업생태공원 관리·운영 계획을 세우고 실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과정이 생물다양성 관련 ‘기관 역량’과 ‘참여와 파트너십’을 배양시키는 것임과 동시에 광주의 녹색도시 건강성을 높여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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