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학하면 가장 먼저 걱정하는 숙제가 체험학습 보고서다. 옛날엔 식물채집이나 우표수집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걸로 했던 것 같다. 체험학습 보고서, 여행을 가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숙제다. 아니 여행이 아니라 돈이 들어가지 않으면 체험도 할 수 없는 숙제다.

또한, 요즘 아이들은 방학하면 학교 다닐 때보다 학원을 더 바쁘게 다닌다. 영어, 수학은 필수, 미술, 피아노 여기에 캠프까지 정말 어른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낸다. 누구를 위해 공부를 하는지, 캠프를 가는지 모르는 그런 하루를 보낸다. 나 또한 이런 엄마였다.

지금 생각하니 아주 간단한 게 숙제였다. 나는 아이와 함께 자연에서 배우며, 느끼며, 즐기며, 숙제를 하고 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산에 가서 운동을 한다. 그리고 나무 관찰 일기를 쓴다.

지금 내가 만지며 보고 있는 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책을 보면서 언제 꽃이 피고 언제 열매를 맺는지 아이들이 찾는다. 내일은 어떤 나무를 공부할까 하며 더 궁금해 하고 아이들이 더 즐거워한다. 그리고 일찍 일어난다. 하루도 빠지지 않으면 좋겠지만 비가 오면 갈 수 없는 게 산이다.

이 관찰일기는 훌륭한 방학숙제가 된다. 건강 또한 눈에 띄게 좋아진다. 온 가족이 함께 부지런함을 배우는 것 같다. 체험학습보고서와 그리기 숙제… 흔히 재미없고 딱딱한 게 박물관이나 미술관이다. 하지만 요즘은 어린이 박물관이 생겨 재미있는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 멀리 여행을 가지 않고 우리 주변에 가까이 있는 박물관.

엄마도 이제는 아이와 함께 즐겁게 즐기면서 아이의 도우미가 되었으면 한다. 미술관 또한 훌륭한 학습장이다. 요즘은 그리기 숙제도 미술학원에서 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미술관에 가면 보는 눈이 생기고 따라 그리고 싶어지고 어느새 아이는 그리기를 혼자 하기 시작한다. 학원에서 배우지 않아도 그림을 잘 그릴 수 있을 정도로 따라 그리기를 하면 어느새 아이는 그리기 숙제를 혼자서 해 놓는다. 제일 싫어했던 숙제가 생각났다.

글짓기나 독후감 쓰기다. 지금 아이들 역시 제일 싫어하고 없었으면 하는 숙제라고 한다. 나는 아이와 가끔 도서관에 간다. 시립도서관도 좋고 도립 도서관도 좋다.

하지만 어린이 도서관이 생겨 다니다 보니 아이들은 놀면서 책을 읽는다. 아무런 부담도 없이 책을 읽다가 놀다가 혼자서 할 수 있는 도서관이다. 옛날처럼 조용히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누워서도 책을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책 읽어 주시는 선생님이 따로 오셔서 책을 읽어 주신다. 아이들은 어느덧 한번 두 번 듣다 보니 이제 술술 이야기가 나온다. 책을 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이것 저것 만들기도 해본다. 어린이 도서관에 다니다 보니 어린이 독서 캠프도 있었다.

2년 전 나는 모든 학원을 끊었다. 줄 줄 줄 외우는 공부보다 직접 내 몸으로 느끼면서 하는 경험이 더 좋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정말 간이 큰 엄마,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고 아이를 믿으며 지켜보고 아이와 직접 이것 저것 내 손으로 만들고 경험하니 정말 기다린 보람이 있듯 방학 숙제도 혼자서 해나간다. 이제 며칠밖에 남지 않는 여름 방학, 아이들은 방학 숙제 때문에 바쁘다. 일기, 체험학습 보고서, 그리기, 꾸미기, 글짓기 이런 모든 것들은 방학숙제이기보다는 내 아이가 지금 해야 할 아이들의 놀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