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가 ‘쪼개지는’ 이유 - 이경제 조선대치과병원 치과보철과 교수
2025년 12월 03일(수) 20:10
대수롭게 않게 여길 수 있는 치아의 작은 금이 인생의 큰 불편이 될 수 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천 번씩 음식을 씹으며 치아를 사용한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게 쌓이는 힘과 습관이 결국 치아에 미세한 금을 만들고 어느 날 갑자기 쪼개지는 일이 생긴다.

이처럼 치아가 금이 가거나 부러지는 것을 ‘치아 파절(치아 균열)’이라 하는데 실제로 국내 연구에서도 충치와 잇몸병 다음으로 발치 원인 3위에 오를 만큼 흔한 문제이다. 문제는 대다수 환자들이 “충치도 없고 겉으로 멀쩡하니 괜찮겠지”라고 방심하다가 통증이 심해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는 점이다. 이미 치아가 쪼개진 뒤에는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초기 발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치아는 단단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수분이 줄고 탄성이 떨어지면서 쉽게 부서진다. 여기에 이를 악무는 습관, 한쪽으로만 씹는 버릇, 뜨거운 음식 후 바로 찬 물을 마시는 식습관, 얼음이나 뼈를 깨무는 행동이 더해지면 치아에 반복적인 피로가 쌓인다. 특히, 씹는 면(교두)의 기울기가 높은 치아는 저작 시 힘이 한쪽으로 쏠려 쉽게 금이 간다.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저작 시 ‘찌릿한 통증’이 나타나거나 시린 증상이 생기면 이미 금이 진행 중일 수 있다.

또한 치료 과정에서도 파절이 생길 수 있다. 신경치료를 받은 치아의 경우 치아 자체의 강도도 약화되지만 치아도 건조하게 되어 파절에 취약하게 된다. 또한 드물지만 항암치료의 일종인 방사선 치료도 치아 약화의 원인 중 하나이다. 이러한 파절은 단순한 치아의 손상이 아니라 저작력의 균형이 무너졌다는 신호이기도 한다. 결국 치아 파절은 건강한 치아에 큰 힘이 가해지거나, 약해진 치아에 평범한 힘이 가해져도 생길 수 있다. 엑스레이로도 잘 안 보인다

치아 파절의 진단은 생각보다 어렵다. 미세한 금은 엑스레이로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치과에서는 확대경 검사, 염색 검사, 광투과검사 등을 활용해 균열을 찾는다. 씹을 때 순간적으로 통증이 느껴지거나 특정 치아에만 시림이 있다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냥 시린 것 같아서 참았다가 나중에 치아가 완전히 쪼개져 뽑게 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파절된 치아 주변에는 세균이 침투하기 쉬워 시간이 지나면 치수염이나 치근 염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초기의 작은 금이 결국 염증과 발치로 이어지는 것이다.

치아 파절은 깊이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겉면의 미세한 금(craze line)은 치료 없이 관찰만 해도 된다. 치아 윗부분이 살짝 부러진 경우(fractured cusp)는 레진·인레이·온레이 등으로 수복한다. 치아 내부까지 금이 간 경우(cracked tooth)는 신경치료 후 크라운(인공치관)을 씌워야 한다. 치아가 완전히 쪼개진 경우(split tooth)는 불행히도 발치 외에는 방법이 없다. 조기에 발견했다면 교합 조정이나 보호용 임시 크라운으로 통증을 완화하고 치아를 살릴 확률도 높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재료로 수복하느냐”보다 교합력을 안정시키는 치료이다. 치아를 단순히 때우는 것이 아니라 힘의 분산을 고려한 장기적 관리가 필요하다.

치아 파절은 한 번 생기면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먼저 단단한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얼음, 뼈, 호두껍질은 치아의 천적이다. 이갈이·이악물기는 방치하면 안된다. 수면 중 보호장치(마우스피스) 착용이 도움이 된다. 정기검진은 필수이며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

치아는 돌보다 단단하지만 습관과 시간 앞에서는 쉽게 금이 간다. 작은 균열 하나가 통증과 발치로 이어질 수 있기에 평소 관리가 필요하다. 씹을 때 순간적으로 찌릿하거나 시림이 느껴진다면 “조금 쉬면 낫겠지” 하지 말고 바로 치과를 찾아야 한다. 치아는 한 번 쪼개지면 되돌릴 수 없다. 하지만 미리 알고 관리하면 평생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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