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할 자유- 박진표 경제부장
2025년 11월 13일(목) 00:20 가가
‘환불(還拂)’이라는 말은 단순한 상거래 용어가 아니다. 문자 그대로는 ‘돌려서 갚는다’는 뜻으로 빌려준 물건을 되돌려 받거나 받은 값을 다시 갚는다는 뜻에서 출발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 문서에는 “불량한 구리를 받았으니 내 은화를 돌려달라”는 항의가 새겨져 있다. 중세 유럽의 상거래 원칙은 “구매자는 스스로 조심하라(Caveat Emptor)”였다. 당시 판매자는 물건만 넘기면 책임이 없었다. 산업혁명 이후 소비자 보호 개념이 확산하면서 “판매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로 인식이 개선됐다.
오늘날 환불은 단순한 금전 반환을 넘어 소비자의 ‘후회할 자유’까지 보장하는 제도로 진화했다.
미국의 ‘진실한 대부법(1968년)’은 소비자가 일정 기간 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쿨링오프(cooling-off)’ 조항을 포함했다. 영국의 ‘소비자권리법(2015년)’도 “상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환불·교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못 박았다.
우리나라도 1980년 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수차례 개정작업을 거쳐 환불 규정을 명확히 했지만 헬스장·필라테스·요가원 등 체육시설은 여전히 ‘환불’이라는 단어 자체를 금기어처럼 취급하고 있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프랜차이즈 체육시설 20곳의 약관을 점검한 결과 무려 14곳이 ‘중도 해지나 환불 불가’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해 둔 것으로 드러났다. “이벤트 회원권은 환불되지 않는다”, “개인 사정에 의한 해지는 불가하다” 등의 문구도 있었다.
또 다른 문제는 환불시 ‘과도한 공제’다. 일부 업체는 하루만 이용해도 한 달치 요금을 공제했고 카드 고객에겐 카드수수료까지 추가로 차감한 사례도 있다. 일부는 “부상이나 도난에 대해 일절 책임지지 않는다”는 셀프 면책조항까지 계약서에 명시했다.
공정위는 이런 불공정 조항을 모두 시정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 체육시설과 학원·미용업체 등은 ‘이벤트 상품 환불 불가’ 등의 문구를 내걸고 성업중이다. 환불은 소비자의 ‘후회할 자유’까지 보장하는 제도라는 사실을 사업주는 물론 소비자도 인식하고 적극 대응하길 바란다.
/박진표 경제부장 lucky@kwangju.co.kr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점토판 문서에는 “불량한 구리를 받았으니 내 은화를 돌려달라”는 항의가 새겨져 있다. 중세 유럽의 상거래 원칙은 “구매자는 스스로 조심하라(Caveat Emptor)”였다. 당시 판매자는 물건만 넘기면 책임이 없었다. 산업혁명 이후 소비자 보호 개념이 확산하면서 “판매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로 인식이 개선됐다.
미국의 ‘진실한 대부법(1968년)’은 소비자가 일정 기간 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쿨링오프(cooling-off)’ 조항을 포함했다. 영국의 ‘소비자권리법(2015년)’도 “상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환불·교환을 요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못 박았다.
또 다른 문제는 환불시 ‘과도한 공제’다. 일부 업체는 하루만 이용해도 한 달치 요금을 공제했고 카드 고객에겐 카드수수료까지 추가로 차감한 사례도 있다. 일부는 “부상이나 도난에 대해 일절 책임지지 않는다”는 셀프 면책조항까지 계약서에 명시했다.
공정위는 이런 불공정 조항을 모두 시정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 체육시설과 학원·미용업체 등은 ‘이벤트 상품 환불 불가’ 등의 문구를 내걸고 성업중이다. 환불은 소비자의 ‘후회할 자유’까지 보장하는 제도라는 사실을 사업주는 물론 소비자도 인식하고 적극 대응하길 바란다.
/박진표 경제부장 lucky@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