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연금·1만원 월세…든든한 지원에 살맛 난다
2025년 11월 11일(화) 18:55
중장년층 몰린 영암·신안·진도 비결은
신안 내년부터 기본소득 1인 20만원씩
영암군 주택수리비 최대 3500만원 지원
진도군 자금지원받아 빈집 수리 민박집

지난해 진도 신기마을로 전입한 장미옥(56·맨 왼쪽)씨가 주민들과 농촌 신활력 교육을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된 진도와 영암, 신안 등은 중장년층 인구가 유입되면서 최근 5년간 연평균 인구가 늘었다.<장미옥씨 제공>

영암과 신안, 진도는 ‘인구감소지역’으로 분류되지만 최근 5년간 연평균 인구가 늘어나는 ‘기적’을 만들었다.

11일 국회미래연구원 연구보고서 ‘인구감소지역의 새로운 기회 요인 탐색:중장년층 유입과 발전 방안’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 89곳 가운데 최근 5년간(2020~2024년) 연평균 인구가 증가한 10곳 중 3곳은 전남에서 나왔다. 영암군 증가율이 1.4%로 가장 높았고, 신안군 0.3%, 진도군 0.1%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 지역은 청년층(19~34세) 인구는 순유출했지만 중장년층(50~64세) 순유입이 일어나면서 인구가 늘었다.

5년간 영암·진도·신안에 순유입한 50~64세는 2829명으로 집계됐다. 신안이 1229명으로 가장 많았고, 영암으로 1024명, 진도 576명이 들어왔다.

광주에서 사업하다가 신안 임자도에 둥지를 튼 이자홍(50)씨는 통장에 분기마다 찍히는 ‘햇빛연금’을 볼때마다 흐뭇하다.

이씨 부부와 초·중·고교생 자녀 5식구는 3개월마다 햇빛연금 195만원을 받고있다. 신안군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인·허가를 내주는 대신 주민들이 참여하는 협동조합에 수익금을 연금 형태로 지급하고 있다. 2023년부터는 만 18세 이하 아동·청소년에게도 40만원을 주면서 이씨 가족의 쏠쏠한 수입이 되고 있다.

내년부터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대상지로 신안이 선정되면서 매달 100만원(가구원당 20만원)을 받게 된다.

요식업을 경영하는 이씨에게는 전국적으로 흥행한 신안의 관광사업이 톡톡한 효자 노릇을 했다. 보라색 다리로 안좌도, 반월도, 박지도를 잇는 ‘퍼플섬’과 제철 꽃 축제, ‘임자만났네 마을’ 농어촌 체험 등의 인기로 손님 유입 효과를 누리면서 광주에서의 사업 좌절을 만회할 수 있었다.

이씨는 “어촌에서 횟집을 운영하면서 세월호 참사와 코로나19 등을 겪으며 어려움이 많았지만 지난 2021년 임자대교가 개통하면서 전환기를 맞게 됐다”며 “지역화폐로 나눠주는 햇빛연금은 우리 가족의 든든한 생활비이자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암군은 지난 2023년부터 ‘베이비 붐 세대’ 세대로 꼽히는 1955~1974년생 귀농·귀촌인을 대상으로 주택 수리비를 최대 3500만원까지 지원해왔다. 올해 3가구를 포함해 총 9가구가 혜택을 받았다. 최대 500만원까지 수리비를 주는 소규모 주택 지원사업(65세 이하 세대주 대상)도 올해 6가구가 선정됐다.

영암군은 지난달 군서면 모정마을에 ‘영암살래’라는 단독주택을 짓고 이달부터 한 달 영암살이를 진행하고 있다. 1기 다섯 가족을 시작으로 이달 중순께 2기 참가자를 모집할 예정이다.

영암군 인구청년과 담당자는 “주택 수리비 지원사업은 중장년층 귀농·귀촌인들의 만족도가 큰 사업”이라며 “해마다 배정된 사업량을 다 소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진도 신기마을로 전입한 ‘새내기’ 장미옥(56)씨는 이달부터 ‘낭만 민박’을 시작한다. 홀로 여행을 떠나는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어촌 숙박 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장씨가 직접 톳과 전복을 뜯어다가 손님들에게 따끈한 밥상을 선사할 예정이다.

그는 “이웃의 도움을 받아 노을 배경이 아름다운 40평(132㎡) 2층짜리 오래된 빈집을 사서 민박집으로 꾸몄다”며 “귀농어귀촌인 우수 창업활성화 자금 3300만원(자부담 400만원 포함) 등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신기마을 어촌계 간사로도 활동하는 그는 다음 달부터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선정된 미식체험을 진행하며 주민과 함께 마을 수익사업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진도군은 월세 1만원(보증금 240만원)을 내면 살 수 있는 귀농어귀촌인 임대주택과 농가주택 수리비, 이사비용, 영농어 자재, ‘귀농인의 집’(임시 거주용) 등을 지원하며 중장년 귀농어 희망자의 정착을 돕고 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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