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도 ‘창고형 약국’…무분별 ‘약 쇼핑’ 우려
2025년 09월 02일(화) 21:00 가가
광산구에 760여㎡ 규모 이달 말께 개설…6월 성남서 개설 후 논란 계속
“약국 유통 구조 변화 계기” 속 약사들은 “복약 지도 없이 오·남용 위험”
지역약사회 “박리다매식 판매 지역 약국 생태계 위협”…개설 중단 촉구
“약국 유통 구조 변화 계기” 속 약사들은 “복약 지도 없이 오·남용 위험”
지역약사회 “박리다매식 판매 지역 약국 생태계 위협”…개설 중단 촉구
광주시 광산구에 대규모 ‘창고형 약국’이 들어설 예정이다.
앞서 지난 6월 경기도 성남시에서 창고형 약국이 세워져 논란이 된 지 3개월여 만으로, 약국 유통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과 더불어 건강과 직결된 약을 박리다매 식으로 판다는 점에서 오·남용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광주시 광산구보건소는 최근 광주시 광산구 일대에서 창고형 약국을 개설하기 위한 ‘약국 개설 신청’을 접수했다고 2일 밝혔다.
창고형 약국은 대형마트와 유사한 형태로 약을 진열·판매하는 구조의 약국이다.
신청서상 이곳에는 760여㎡(230평) 규모의 창고형 약국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는 성남시에 있는 창고형 약국 ‘메가팩토리’의 460㎡(140평)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광산구보건소는 지난달 신청 건물 내에 조제실, 저온 보관 및 빛가림을 위한 시설, 조제에 필요한 기구 등이 미비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신청을 반려 처분했다.
신청서를 낸 약사 측은 현재 부지 용도가 체육시설로 돼 있는 것을 근린생활시설로 용도변경하고 시설 보완공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약사 측은 이르면 이달 말 영업을 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고형 약국은 지난 6월 성남시에서 ‘메가팩토리’가 들어선 이후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소비자들은 시중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약을 대량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으나, 약사들은 복약지도를 제대로 받지 않고 약을 사다가 오남용, 충동구매를 할 위험이 커진다는 우려를 내놨다.
약사들은 환자의 증상과 복용 이력을 바탕으로 적합한 약을 추천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알아서’ 의약품 정보를 수집해 쇼핑하듯 약을 구입하는 형태라 오·남용을 피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증상에 맞지 않는 약을 사거나, 기존 복용하던 약과 성분이 중복되거나 상충 작용을 일으키는 약을 모르고 구입할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광주 지역의 한 약사는 “예컨대 종합감기약과 코감기약을 동시에 복용하면, 같은 성분의 약을 중복 복용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한 사람이 진통제를 5~10개씩 구매한다고 했을 때, 일선 약국에서는 약사가 용도를 물어보고 복약 지도를 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으나 창고형 약국은 그렇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약을 많이 복용하는 나라로 손꼽힌다는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 무릎관절증 등 만성질환을 1개 이상 진단받고 10개 이상의 약을 60일 이상 복용하는 ‘다제약물 복용자’는 지난해 6월 기준 136만 1754명에 달했다. 이 수치는 2019년 84만47명, 2020년 93만 2730명, 2021년 108만108명, 2022년 117만 5130명, 2023년 129만337명 등으로 증가세다.
보건복지부 통계상으로도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하루 복용량(DID)은 2021년 1123.0개, 2022년 1242.8개, 2023년 1432.2개 등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소화기관·신진대사 약은 인구 1000명당 하루 370.6개를 먹고 있어 OECD 평균 283.3개를 웃돌았고, 혈액·조혈기관 약 233.3개(평균 150.9개), 근골격계 약 99.1개(평슌 62.2개), 호흡기계 129.1개(평균 101.6개) 등도 OECD 평균 대비 많은 양을 복용 중이다.
약사들 사이에서는 창고형 약국이 인근 약국보다 싼 가격에 박리다매하면서 지역 약국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동균 광주시약사회장은 “성남의 창고형 약국에서도 약사를 여러 명 고용해 곳곳에 배치했지만, 기존의 약국 구조와 비교하면 근본적으로 구체적인 복약 지도를 받을 수 없는 구조다”며 “단순 일반의약품을 구입하면서도 약사로서 다양한 성분의 상호작용을 고려하게 돼 있는데, 이에 대한 검토를 충분히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약사회와 광주시 동·서·남·북·광산구약사회는 지난달 26일 창고형 약국 개설을 중단해 달라는 집단 민원을 광산구보건소에 전달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앞서 지난 6월 경기도 성남시에서 창고형 약국이 세워져 논란이 된 지 3개월여 만으로, 약국 유통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과 더불어 건강과 직결된 약을 박리다매 식으로 판다는 점에서 오·남용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창고형 약국은 대형마트와 유사한 형태로 약을 진열·판매하는 구조의 약국이다.
신청서상 이곳에는 760여㎡(230평) 규모의 창고형 약국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는 성남시에 있는 창고형 약국 ‘메가팩토리’의 460㎡(140평)의 두 배에 가까운 규모다.
광산구보건소는 지난달 신청 건물 내에 조제실, 저온 보관 및 빛가림을 위한 시설, 조제에 필요한 기구 등이 미비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신청을 반려 처분했다.
당시 소비자들은 시중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약을 대량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으나, 약사들은 복약지도를 제대로 받지 않고 약을 사다가 오남용, 충동구매를 할 위험이 커진다는 우려를 내놨다.
약사들은 환자의 증상과 복용 이력을 바탕으로 적합한 약을 추천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들이 ‘알아서’ 의약품 정보를 수집해 쇼핑하듯 약을 구입하는 형태라 오·남용을 피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하고 있다. 증상에 맞지 않는 약을 사거나, 기존 복용하던 약과 성분이 중복되거나 상충 작용을 일으키는 약을 모르고 구입할 확률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광주 지역의 한 약사는 “예컨대 종합감기약과 코감기약을 동시에 복용하면, 같은 성분의 약을 중복 복용하는 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한 사람이 진통제를 5~10개씩 구매한다고 했을 때, 일선 약국에서는 약사가 용도를 물어보고 복약 지도를 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으나 창고형 약국은 그렇지 않다”고 우려를 표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약을 많이 복용하는 나라로 손꼽힌다는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고혈압, 당뇨, 무릎관절증 등 만성질환을 1개 이상 진단받고 10개 이상의 약을 60일 이상 복용하는 ‘다제약물 복용자’는 지난해 6월 기준 136만 1754명에 달했다. 이 수치는 2019년 84만47명, 2020년 93만 2730명, 2021년 108만108명, 2022년 117만 5130명, 2023년 129만337명 등으로 증가세다.
보건복지부 통계상으로도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하루 복용량(DID)은 2021년 1123.0개, 2022년 1242.8개, 2023년 1432.2개 등 해마다 늘고 있다.
특히 소화기관·신진대사 약은 인구 1000명당 하루 370.6개를 먹고 있어 OECD 평균 283.3개를 웃돌았고, 혈액·조혈기관 약 233.3개(평균 150.9개), 근골격계 약 99.1개(평슌 62.2개), 호흡기계 129.1개(평균 101.6개) 등도 OECD 평균 대비 많은 양을 복용 중이다.
약사들 사이에서는 창고형 약국이 인근 약국보다 싼 가격에 박리다매하면서 지역 약국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동균 광주시약사회장은 “성남의 창고형 약국에서도 약사를 여러 명 고용해 곳곳에 배치했지만, 기존의 약국 구조와 비교하면 근본적으로 구체적인 복약 지도를 받을 수 없는 구조다”며 “단순 일반의약품을 구입하면서도 약사로서 다양한 성분의 상호작용을 고려하게 돼 있는데, 이에 대한 검토를 충분히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약사회와 광주시 동·서·남·북·광산구약사회는 지난달 26일 창고형 약국 개설을 중단해 달라는 집단 민원을 광산구보건소에 전달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