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바람 -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2025년 07월 09일(수) 00:00 가가
때 이른 찜통더위에 부채 바람마저 간절해진다. 하지만 부채는 오래 전 설 자리를 잃었다.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고 해 여름에 부채를 선물하던 풍습도 있었지만 선풍기와 에어컨이 기능을 대신하고 휴대용 선풍기와 목에 두르는 미니 냉풍기까지 나온 상황이니 당연하다. 부채의 의미와 용도까지 달라져 홍보물이나 기념품으로 쓰이는 일반 부채와 예술품으로 전시하는 전통 부채를 구별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통 부채는 단지 무더위를 식히는 용도를 넘어 우리 민족의 멋과 정신을 오롯이 담은 문화유산이다. 크게 접는 부채(접선·摺扇)와 펴는 부채(단선·團扇, 방선·方扇 등)로 나눈다. 대나무와 한지, 비단 등으로 만들어진 부채는 기능성을 넘어 예술품이자 신분의 상징이었다.
명칭도 다채롭다. ‘선자(扇子)’는 가장 보편적인 명칭이며 형태에 따라 둥글게 펼쳐지는 ‘단선(團扇)’, 네모에 가까운 ‘방선(方扇)’, 휴대가 쉬운 ‘접선(摺扇)’ 등으로 불린다. 지역 명칭을 붙인 ‘담양부채’와 ‘안동부채’ 등은 고유한 제작 기법과 지역의 정취를 담아낸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등 고대 문헌에 따르면 부채는 삼국시대부터 궁중과 사찰에서 사용됐으며 조선시대에 이르러 활용 범위가 넓어졌다. 양반과 선비들이 부채에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 교류의 수단으로 활용했으니 부채가 곧 시첩이자 화첩이었던 셈이다.
부채는 일상의 도구이자 사랑의 매개이기도 했다. 조선 후기에는 남녀가 정을 나누는 상징으로 부채를 주고받았다. 시 한 수를 담은 부채는 고백보다 더 깊은 마음을 전하는 수단이었다. 이 외에도 무속과 종교 의례, 탈춤과 국악 공연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굿에서는 신을 모시는 도구로 방울 부채나 화선이 사용됐으며 봉산탈춤 속 노장 캐릭터는 부채를 손에 들고 등장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부채의 쓰임새가 줄어 사라질 위기에 있고 전통 부채의 명맥은 소수의 장인이 잇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쉬운 대로 지구환경도 지키고 세시풍속도 익히는 행사에 참여해 부채를 만들어 보거나 전통의 방식으로 만든 고운 부채를 보러 전시회를 찾는 수밖에….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
명칭도 다채롭다. ‘선자(扇子)’는 가장 보편적인 명칭이며 형태에 따라 둥글게 펼쳐지는 ‘단선(團扇)’, 네모에 가까운 ‘방선(方扇)’, 휴대가 쉬운 ‘접선(摺扇)’ 등으로 불린다. 지역 명칭을 붙인 ‘담양부채’와 ‘안동부채’ 등은 고유한 제작 기법과 지역의 정취를 담아낸다.
부채의 쓰임새가 줄어 사라질 위기에 있고 전통 부채의 명맥은 소수의 장인이 잇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쉬운 대로 지구환경도 지키고 세시풍속도 익히는 행사에 참여해 부채를 만들어 보거나 전통의 방식으로 만든 고운 부채를 보러 전시회를 찾는 수밖에….
/김대성 전남 서·중부 전북 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