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입맛대로 재난 대응
2025년 06월 01일(일) 20:30
김진아 사회부 기자
“화재 현장 연기는 몇 모금으로도 인명을 앗아가는, ‘독가스’에 가깝습니다.”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로 광주의 하늘이 검게 뒤덮은 며칠 뒤 광주시 관계자는 지난 26일 이렇게 타이어 공장에서 내뿜는 연기의 실체를 설명했다.

화재 발생 몇 시간도 되지 않아 광주시는 “대기질 측정결과 현재까지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재난안전 문자를 광주시민들에게 발송했다. 정작 배출된 연기 속 중금속 측정은 이 때 시작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매뉴얼이 없다’는 게 지연된 이유였다. 시민들에게 허위 보고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화재 이후 미세먼지 농도가 대기환경 기준을 초과했던 19일에는 문자 정보도 알려주지 않았다.

중금속 측정 결과는 일부를 제외한 상당수 항목을 비공개하다 화재가 마무리된 28일에야 알렸다. 수십 종의 유해물질이 검출된 정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광주시 입맛대로였다.

광주시가 ‘시민 알권리’를 강조하면서 내놓은 보도자료는 제멋대로였다.

법적으로 대기 오염도 분석에 쓸 수 없는 지표를 기준으로 활용했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용금지한 기준이었다. 해당 기준을 왜 사용했는지 물었더니, “환경청에 물어보시라”는 식의 나 몰라라 답변을 했다.

비교하거나 판단 근거로 삼을 기준이 아닌데도 멋대로 활용해 ‘미미한 수준으로 조사(검출)됐다’는 식의 판단을 내려 시민들에게 ‘안전하니 외출해도 문제없다’는 인식을 불러오게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환경청이 그렇게 써서 보내준 것”이라고 외면했다.

환경청은 “달리 적용할 지표가 없었다”고 했다. “참고치로 적어뒀을 뿐”이라고도 했다. 대신, 2종류 이상의 여러 물질이 한꺼번에 대기에 누출되면 더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언급은 쏙 빠졌다.

매뉴얼도 없어 시기를 놓치는 무능함과 시민 안전보다 자신들 업무 편의에 맞춰 공개하고 측정하는 무신경함, 자신들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면서도 ‘나는 모른다’는 무책임함, 여기에 시민들 알권리 보장이라며 자신들이 알려주고 싶은 것만 알려주는 뻔뻔함까지 갖췄다. 광주시의 투명 행정이란 이런 것인가.

불과 2년 전 대전에서 한국타이어 공장 화재를 겪고도 여태 매뉴얼이 없는 것도 당연하다는 투다.

자신들 입으로 ‘독가스’라고 평가하더니, 제 때 대응하지도, 제대로 측정하지도, 솔직히 공개하지도, 사과하지도 않은 채 이해를 요구하면 시민들이 다 이해해줘야 하나.

과연 유사한 일이 발생했을 때 또 다시 이런 혼란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광주시는 직접 시민들에게 나서 안전을 지키겠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민 안전을 위한 매뉴얼을 새롭게 만들고 재해의 위험도를 측정할 기준을 다른 자치단체보다 선도적으로 마련하고 납득할 행정 절차를 세워야 한다. ‘친환경 도시’, ‘안전 도시’라는 구호가 헛소리로 들리지 않도록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실행하는 것, 광주시의 역할이다. /jinggi@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