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육 적응력 키워 병충해 방제력 강화
2025년 05월 21일(수) 20:10
광주원예농협…과일·채소 육묘장
까다로운 육묘와 재배 분업화
704개 농가 493만주 모종 공급
수요 늘어 정부·지자체 도움 절실
농업의 변화와 혁신 농협이 이끈다
5 영농 경영비 절감

광주원예농협 정일기 조합장(왼쪽에서 두번째)이 원예농협 육묘장에서 기르는 모종을 살펴보며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광주원예농협 제공>

종자를 구입해 플라스틱·종이로 만든 판(트레이)에 흙과 함께 심는 파종을 한다. 사흘 간 발아실에서 싹을 틔운 뒤 접목을 한다. 가느다란 식물을 자르고, 잘린 두 식물을 마주대고, 집게로 고정하는 작업으로,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도 좋아지는 효과가 있다. 접목 이후로 온도·습도가 맞는 활착실에서 6일 간 식물이 뿌리를 내리는 ‘활착’ 기간을 갖는다. 이어 온실로 옮겨 물 주고 20일~60일 간 날씨에 적응력을 건강하게 키워내 농가에 공급한다.

광주원예농협이 육묘장에서 과일·채소 모종을 길러 농가에 보급하는 과정이다.

예부터 모종 농사가 ‘반농사’라고 하지 않는가. 자칫 실패라도 하면 한 해 농사를 망친다. 일손 부족으로 허덕이고 인건비도 매년 오르는데 농민들이 경험에 의존해 일일이 모종을 길러 옮겨심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수익을 내기란 쉽지 않다.

광주원예농협이 지난 1998년 담양군 월산면 2만 5935㎡ 부지에 육묘장을 조성하고 직접 육묘 공급에 나선 이유다.

광주원예농협 출범부터 현장을 지켜본 한상봉 상임이사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육묘와 재배를 분업화해 농민들의 고충을 덜어주고 고품질·우량 모종을 안정적으로 보급해 농민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으로 육묘장 조성이 추진됐다”고 했다.

고품질 모종을 공급받을 수 있다는 신뢰가 생기면서 농민들 수요는 갈수록 늘었다.

광주원예농협은 토마토·메론·수박·고추 등으로 키워내는 작물도 늘렸다. 작물마다 재배 시기가 정해져 있고 농가가 옮겨심는 시기도 제 각각인 점을 고려해 기존 온실(6150㎡) 외에 추가로 온실(1495㎡)을 조성했다.

전종영 광주원예농협 육묘장 장장은 “여름을 기준으로 토마토는 35~40일, 메론은 20일, 수박은 25일, 고추는 60일 가량 유아기를 보내다 농가로 보내진다”고 말했다.

지난해 담양(445개 농가)·광산(135개 농가)·장성(65개 농가) 등 704개 농가에 공급한 모종도 493만 4000주에 달했다.

농민이 정식(모종을 밭에 심는 일)을 하는 시기에 맞춰 원하는 크기로 모종을 건강하게 성장시켜야 하는 만큼 물 주기, 날씨 변수까지 신경 쓸 게 한 두가지가 아니라고 한다. 허경원 경영기획팀장은 “성수기에는 직원들 4명과 일용직 인원 25명이 온 종일 뛰어다녀도 시간이 빠듯하다”고 했다.

농협이 육묘 공급에 팔을 걷어붙이면서 민간 육묘장과의 가격 경쟁력도 생겼다. 농민 입장에서 원가를 산정하고 공급 가격을 정하는 원칙을 세우면서 자연스럽게 시장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농민들로선 두 손 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손익 분기점을 맞추기 쉽지 않은 사업이라는 게 농협의 고민이다.

육묘장 운영에 들어가는 인건비·유지비 등을 줄이기 위해 지중열 냉·난방시스템을 도입(2012년)하고 LED 활착실을 조성(2017년)하는 등 경영 절감에 안간힘을 쓰는 것도 무관하지 않다. 최근엔 농민들 수요가 많아지면서 육묘장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중이라 정부와 지자체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광주원예농협 정일기 조합장은 “농민들에게 육묘는 1년 농사의 성패가 달린 영농의 첫 걸음”이라며 “광주원예농협은 우량육묘를 생산,공급해 농업인 영농 소득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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