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금남로서 5·18 전야제 시민난장...방문객들 ‘북적’
2025년 05월 17일(토) 17:05 가가
5·18민주화운동 45주년을 하루 앞둔 17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는 오월의 광주를 기억하려는 발길이 종일 이어졌다.
이날 ‘5·18 전야제’에 앞서 시민난장이 열린 금남로 1~3가와 5·18민주광장, 동구 중앙로 일대에는 아이들 손을 잡은 가족부터 청년, 외국인까지 거리로 모여 다양한 체험과 전시, 참여형 프로그램을 즐겼다.
특히 올해는 12·3 계엄,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등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데 따라 광주를 찾은 외지인들의 발길도 부쩍 늘었다.
광주YMCA 앞 도로에서는 어린이들이 분필로 아스팔트 바닥에 ‘오월 광주를 잊지 말자’는 메시지와 다양한 그림을 그리면서 도로 일대가 형형색색으로 변했다.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등장한 초록색 브리사 택시 앞에는 기념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 50여 명이 줄지어 서 있었고, 1980년대 버스를 재현한 ‘레트로 버스’에도 아이들과 손을 잡고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헌법 전문에 담길 5·18 정신의 의미를 묻는 패널엔 ‘공감’, ‘연대’, ‘평화’ 등 다양한 답변에 스티커가 가득 붙었고,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12·29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이 연 부스도 나눔과 공감, 연대하려는 이들로 북적였다.
5·18기념재단과 생명의 숲 살리기 합천군민운동본부가 함께 운영한 ‘합천군 일해공원 명칭 변경 촉구’ 서명부스에도 발길이 이어져 이날 하루에만 732명이 ‘전두환 공원 명칭 변경’ 서명에 참여했다.
‘광주의 정’을 나누는 음식 부스도 눈길을 끌었다. 오월어머니집는 15kg짜리 주먹밥 24박스를 준비해 시민들에게 나눴고, 준비한 주먹밥은 1시간여만에 동이 났다. 시민들은 “고소하고 맛있다”, “이 뜨거운 밥을 해마다 손수 쥐어 나눠주시니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커피와 감자튀김 등을 나누는 부스에도 20~30명씩 줄이 늘어섰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송형옥(75) 씨는 “당시 30대였던 나는 아기를 업고 도망다녔고, 희생자들의 시신을 태극기로 덮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민주주의는 그냥 얻어지는 게 아니고, 누군가의 피와 이름 위에 세워진 것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이화(39) 씨는 6살 딸 최은유 양과 함께 바닥에 분필로 그림을 그리며 오월을 기렸다. “부모님이 조대·전대를 다니시며 들려주신 당시 이야기들을 아이에게도 전하고 싶었다”며, “눈높이에 맞춰 체험 부스를 돌며 설명을 해주니 아이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고, 나쁜 사람들이었다고 표현하더라”고 말했다. “역사적이고 민주적인 축제를 통해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심어졌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경북 구미 출신의 김광근(39) 씨는 광주 출신 아내 범미경(39) 씨를 만나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저희 때는 5·18을 사회시간에 한 줄로 배우고 지나갔다. 조선대에 다니며 걸린 사진을 보고 처음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아직도 우리 지역에서는 ‘라디오를 껐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어르신들이 있다”며 “그래서 더 아이들만큼은 진실을 알고 자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오월 정신에 공감하며 광주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 독일 튀빙겐대학교 정치학과에 재학 중인 레브케(23) 씨는 “동독에서도 시민들이 자유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광주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꼭 와보고 싶었다”며 “광주는 단지 과거의 비극이 아니라, 지금도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주는 도시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임을 배웠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
이날 ‘5·18 전야제’에 앞서 시민난장이 열린 금남로 1~3가와 5·18민주광장, 동구 중앙로 일대에는 아이들 손을 잡은 가족부터 청년, 외국인까지 거리로 모여 다양한 체험과 전시, 참여형 프로그램을 즐겼다.
광주YMCA 앞 도로에서는 어린이들이 분필로 아스팔트 바닥에 ‘오월 광주를 잊지 말자’는 메시지와 다양한 그림을 그리면서 도로 일대가 형형색색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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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방문객들이 1980년 당시 시내버스를 재현한 ‘레트로 버스’에 오르고 있다. |
‘광주의 정’을 나누는 음식 부스도 눈길을 끌었다. 오월어머니집는 15kg짜리 주먹밥 24박스를 준비해 시민들에게 나눴고, 준비한 주먹밥은 1시간여만에 동이 났다. 시민들은 “고소하고 맛있다”, “이 뜨거운 밥을 해마다 손수 쥐어 나눠주시니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커피와 감자튀김 등을 나누는 부스에도 20~30명씩 줄이 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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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광주시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 전야제 시민난장 행사장에서 시민들이 5·18에 대한 글귀를 남기고 있다. |
정이화(39) 씨는 6살 딸 최은유 양과 함께 바닥에 분필로 그림을 그리며 오월을 기렸다. “부모님이 조대·전대를 다니시며 들려주신 당시 이야기들을 아이에게도 전하고 싶었다”며, “눈높이에 맞춰 체험 부스를 돌며 설명을 해주니 아이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고, 나쁜 사람들이었다고 표현하더라”고 말했다. “역사적이고 민주적인 축제를 통해 세상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심어졌으면 한다”는 바람도 전했다.
경북 구미 출신의 김광근(39) 씨는 광주 출신 아내 범미경(39) 씨를 만나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저희 때는 5·18을 사회시간에 한 줄로 배우고 지나갔다. 조선대에 다니며 걸린 사진을 보고 처음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김씨는 “아직도 우리 지역에서는 ‘라디오를 껐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는 어르신들이 있다”며 “그래서 더 아이들만큼은 진실을 알고 자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오월 정신에 공감하며 광주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 독일 튀빙겐대학교 정치학과에 재학 중인 레브케(23) 씨는 “동독에서도 시민들이 자유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광주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꼭 와보고 싶었다”며 “광주는 단지 과거의 비극이 아니라, 지금도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지 보여주는 도시다. 민주주의는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임을 배웠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ggi@kwangju.co.kr